지난달 생산·투자·소비지표가 모두 반등하는 ‘트리플 증가’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내리막길인 우리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서비스업, 건설업 등에서 생산이 늘면서 지난 7월(1.2%)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3.9% 증가해 지난 2011년 1월 5.0% 증가한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설비투자는 전월에 비해 1.9%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전월에 비해 0.3% 늘어났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계절적 요인도 상당수 자리하고 있다. 특히 소비의 경우 자동차 분야의 신차 판매 효과와 추석에 따른 음식료품 등 명절선물 구매 효과가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에서는 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였지만 우리 주력산업인 제조업은 부진했다. 광공업생산 중에서 신제품 효과를 누린 휴대폰이 속한 통신·방송장비가 53.2%나 성장했지만 자동차(-4.6%)와 자동차용 제품인 고무·플라스틱(-5.9%)이 부진하면서 전체 광공업 생산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8%로 전월보다 1.0%p 줄었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사업체의 최대 생산 가능량을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8월(101.3)에도 전월보다 0.4% 줄어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통계청은 올해 말까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선행지수의 경우 코스피지수·장단기금리차 등 금융지수와 경제심리지수 등이 하락한 영향으로, 이달까지 넉 달째 연속 하락세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우리가 대외의존도가 높아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과 대외환경이 개선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2017년 9월을 최근 경기 기준순환일(잠정)로 설정했다. 이때부터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까지 24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최장 하강기간은 1996년 3월~1998년 8월까지 29개월이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흐름상 조만간 바닥이 모습을 드러나야 하나 문제는 여전히 만만찮은 불확실성이다.

경기가 내려왔다 올라가는 ‘U자형’이 아니라 한번 떨어진 뒤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는 ‘L자형’ 장기침체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로 2%대에 턱걸이한 뒤 내년에는 1.8%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의 경우 정치적인 측면도 있어 개선이 굉장히 어렵고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 하반기 우리 성장률이 나아질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이 역시 대외요인에 달려있기 때문에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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