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번주 수요일부터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이 ASF의 첫 발생지인 경기 북부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역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ASF가 추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살처분 작업에 속도를 내 태풍 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오기 전 사전 조치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태풍에 대비해 축사 시설을 다시 점검·조사하도록 하고, 특히 살처분 매몰지를 일제 점검해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사후적으로는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일제 소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탁은 오는 2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3일엔 목포 부근 해상을 지나 남부 지방을 관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북상했을 당시 정부는 소독을 위해 각 농장과 주변 도로에 뿌려 둔 소독약이 씻겨 내려갈 수 있다며 우려한 바 있다.
정부는 미탁 이후에도 진행될 소독 작업을 위해 소독약과 생석회 등 필요한 용품의 재고를 지속해서 확보해 둘 계획이다. 현재 소독 작업은 전국에서 차량 1167대를 동원해 이뤄지고 있으며 중점관리지역에선 군(軍) 제독 차량까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태풍이 방역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살처분 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지난 29일 기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9개 농장에선 반경 3㎞까지 살처분을 완료했고, 이외 3개 농장에서 예방적 살처분 작업이 남아 있다. 군 전체를 대상으로 살처분을 시행키로 한 강화군에선 28개 농가 2만6000여두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 중이다.
오 국장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까지 살처분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살처분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태풍 오기 전엔 가급적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살처분은 토양을 굴착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 대형 탱크에 넣은 뒤 질식사시킨 돼지 사체를 넣어 부패시키는 처리법인 ‘FRP’ 방식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환경 오염의 정도가 작고 침출수를 방지할 수 있는 데다 대량 매몰에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오 국장은 “살처분 자체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라며 “신속성보단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ASF의 전파 경로로 지적돼 온 것은 바이러스가 있는 잔반(남은 음식물)을 급여하거나 해외 발생국을 여행한 축산 관계자가 갖고 들어오는 축산 가공품,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육로 등이다. 현재까지 태풍과 ASF 발생 간의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명확하게 파악된 바 없지만, 명확한 유입 경로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타파 이후 강화군에서만 ASF 확진 사례가 5건 연달아 나온 데 대해 오 국장은 “여러 역학 관계를 검토해야 하기에 태풍이 직접적인 영향이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하천수를 통한 유입 가능성과 관련, 현재까지 포천·연천·파주·김포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 6곳과 임진강 11곳, 한강하구 3곳 등 접경 지역 총 20곳에선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환경 당국 조사 결과 나타났다.
ASF 바이러스는 흐르는 물에서 희석될 가능성도 있어 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명확한 감염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어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인식이다. 발생 건수가 많은 강화 지역 3곳을 포함한 2차 검사는 오는 8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2차 조사에서 환경부는 물 자체뿐 아니라 물이 닿은 토양에 대해서도 두 군데씩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방침이다.
지난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하수나 파리와 같은 날짐승 등을 또 다른 전염 경로로 언급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아직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 국장은 지난 27일 인천 강화군 하점면 이후 추가 확진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아직 안전하다 볼 순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또 (의심 신고 등)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처음 의심 신고가 들어왔던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한결같이 긴장하고 있다”며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고강도 소독 등 방역 조치를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 곳은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17일 확진)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경기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인천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인천 강화군 강화읍(26일 확진), 인천 강화군 하점면(27일 확진) 등 9곳이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