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D램 단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역시 부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다만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9월 수출액이 447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1.2%)을 시작으로 올해 1월(-6.2%), 2월(-11.3%), 3월(-8.4%), 4월(-2.1%), 5월(-9.8%), 6월(-13.8%), 7월(-11.0%), 8월(13.6%)에 이어 9월까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액은 21억8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0% 감소했다. 수입은 386억3800만달러로 5.6%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59억7300만달러로 9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일평균 수출액과 무역수지는 모두 올해 들어 최고치다.
산업부는 수출액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 ▲지난해 9월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 기록(124억3000만달러) 기저효과 ▲반도체 D램 단가 하락세 지속 등을 꼽았다.
미국과 중국, 독일의 경기 침체 확산이 우리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4%, 2.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
독일과 홍콩, 일본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 아래로 내려간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독일의 PMI 지수는 41.1로 2009년 유로존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수출도 쪼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7월 기준 미국(-0.7%), 독일(-0.5%), 영국(-11.3%)의 수출도 줄었다. 8월 기준 중국(-1.0%)과 일본(-9.4%)도 수출 감소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이 85억1000만달러로 3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D램 단가는 지난해보다 55%가량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미·중 분쟁 지속으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각각 33억8000만달러, 34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6%, 18.8%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7.1% 감소한 1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단가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철강 수출액은 9.1% 줄어든 2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생산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단가 하락이 지속된 탓이다. 일반기계(-1.5%)와 섬유(-5.7%), 컴퓨터(-18.4%) 등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냈다.
반대로 선박(30.9%), 자동차(4.0%) 등 다른 주력 품목은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경우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수요가 확대되면서 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외에 무선통신(1.1%), 선박(30.9%), 가전(0.4%) 등 다른 주력 품목은 호조세를 보였다. 신(新)수출동력 품목인 이차전지(7.2%), 바이오헬스(25.2%) 등도 선전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21.8% 줄어들면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품목에서 골고루 부진했다. 미국(-2.2%)과 일본(-5.9%), 인도(-10.5%), 중동(-9.2%)에 대한 수출도 모두 감소했다.
반면 EU(10.5%), CIS(41.3%), 중남미(10.8%) 지역에 대한 수출은 늘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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