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은 7일 국회의장과 여야5당 대표의 정례모임인 ‘초월회’ 회동을 갖고 두쪽으로 갈라진 ‘광장정치’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서로 네 탓 책임만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며칠동안 저는 죄인이 된 마음, 참담한 마음으로 광화문·서초동 두 개의 대한민국을 목도했다”며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만 바라보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민생 내팽겨치고 진영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국회는 사회의 모든 갈등과 대립을 녹일 용광로가 돼야 한다. 그런데 대립과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이대로면 대의민주주의는 죽는다. 정치 실종 장기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분열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며 “서초동과 광화문 민심이 여의도로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대의민주주의 복원에 모든 정치와 합의 등이 국회에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사법개혁 완성도 결국 국회입법이다. 장관이 누구든, 검찰이 자체개혁안을 내놓듯, 국회가 내일이라도 합의만 하면 사법개혁에 대한 논쟁 없어지는 것”이라며 “저는 국회법에 따라 의장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하게 상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한 사람 지키겠다고 이 정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 다음 온 나라가 최악의 분열과 논란에 빠져 있다”며 “제가 지난 10월3일 문 정권 헌정 유린 규탄집회를 통해서 국민들의 많은 절규를 들었다. 서초동에서도 집회가 있어서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황 대표는 “국민들이 광장으로 뛰쳐나간 이유 중 하나는 ‘의회정치’ 실종이기도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권력으로 우리를 짓누르는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며 “의회정치 붕괴를 부르짖는 문 정권 오만과 독선부터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도 청와대만 쳐다볼 게 아니라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살피고 야당과 지혜를 모을 때”라며 “의장도 의회정치 붕괴원인이 무엇인지 숙고하겠지만 국회 역할, (협치)복원에 힘써달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나라가 서로 갈려 광화문·서초동에서 여야, 보수, 진보로 갈렸다”며 “서초동, 광화문에서 한쪽은 ‘조국사퇴, 문재인 하야, 정권 퇴진’ 이야기까지 나오고 또 다른 한쪽은 오직 ‘조국·정경심 사랑해요’ 이게 말이 되나”라고 개탄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 뜻을 무시하고 조국 장관을 임명하고 그 뒤 검찰에 압력을 가해서 검찰 개혁하라고 한다”며 “국회는 대화가 없어지고 싸움판이 벌어지고 타협은 없어지고 제 갈길만 간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치가 실종되고 국회가 자기 역할 못하니 국민들이 또 촛불 드셨다”며 “여러 당으로 나뉘어 타협 대신 서로 발목잡고 선동하는 막가파로 치닫는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 정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정치권인 만큼 정치가 똑바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금이라도 머리 맞대고 검찰개혁을 위해서 조정하고 타협하는 노력하라는 것이 대다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검찰 사법개혁, 정치개혁 위한 5당 정치협상회의를 소집해주시라”고 제안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3년 전에는 온 국민 촛불이 하나였다. 3년 만에 촛불이 두 개로 갈라섰다. 어쨌든 수습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게 정치의 책임이다”라며 “정권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개혁의 시간을,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를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관 한사람 문에 분열과 갈등, 민생정치의 실종을 언제까지 끌고가야 하는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초월회가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닌 정쟁을 위한 성토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초월회에 불참했다.
이날 민주당 대표가 빠진 채 진행된 초월회 회동에서 여야 4당 대표는 심 대표가 제안한 ‘정치협상회의’를 발족하기로 합의하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주로 정치권의 중요 현안을 결정하거나 협치를 복원하기 위한 기구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초월회가 집권여당 대표가 불참할 만큼 무게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야 5당 대표가 참석하는 정치협상 기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협상회의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맞다. 근데 실제 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대표들끼리 만나서 한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도 동의한다고 말씀하셔서 후속 논의가 어떻게 될지는 봐야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지금 국민들이 저렇게 양분돼 수고를 하고 계시기 떄문에 어쨌든 정치 지도자들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창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