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이날로 3주째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경기 북부와 인천 일부 지역에서 총 13건의 발생 농장이 나왔고, 지난 3일 이후 5일째 추가 확진 사례는 없다.

일각에선 ASF 확산이 소강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파주 등 지역을 중심으로 연달아 발병한 적이 있어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유입 경로다. 치사율이 100%에 이르러 축산 농가에 치명적이지만,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까지 번지게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선 감염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처음 겪는 가축 전염병인 데다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北유입설에 무게…역학조사 최대 6개월, 그전에라도 중간발표 방침

오순민 방역정책국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역학(질병의 원인에 관한 연구) 조사 관련해 계속해서 업데이트(update)하고 있고, 정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리가 중간 단계에 이르렀을 때라도 가급적 밝히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역학 조사는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꾸려진 팀에서 전담하고 있다. 조사팀은 이달 들어 정밀한 조사·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라 앞서 밝힌 바 있다. 이와 별개로 농촌진흥청은 국제축산연구소(ILRI) 베트남 지부와 공동으로 ASF 바이러스 감염과 관계있는 핵심 유전자를 찾아내 감염 기작(생물이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발생한 병인 만큼 감염 경로를 확정하기까지는 최대 6개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당국은 설명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되 우선은 살처분과 수매, 소독 등 방역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었다.

역학 조사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들이 기존에 ASF를 옮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여겨져 왔던 경로들을 번번이 비껴갔기 때문이었다. 농식품부는 ASF의 유력한 전파 경로로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잔반(남은 음식물)을 먹인 경우, ASF 바이러스를 묻힌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 해외 발생국 여행자가 들여온 축산 가공품 등을 꼽고 방역 대책을 집중해 왔다. ASF는 구제역과 달리 공기 중으로는 전염되지 않고, 반드시 바이러스를 보유한 매개체와 접촉해야만 한다.

11차 발생지였던 경기 파주시 적성면 소재 농가의 경우 산속 외진 곳에 있는 소규모 농가였다는 이유로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농장은 등록도, 허가도 돼 있지 않은 불법 농장이었는데 당국은 아직까지 그 농장이 운영돼 온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ASF 확진 직후 출입이 제한돼 농장 규모 등을 실측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곳을 제외한 다른 사례들에서 전파 경로를 유추할 수 있을 만한 공통점은 없다. 주로 어미돼지(모돈)에서 폐사나 유·사산, 식욕 부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 북부와 인천 두 곳에 집중됐다는 정도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보다 약 넉 달 앞서 ASF 사례가 나온 북한으로부터의 유입설에 힘이 실렸다.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ASF가 발생했다고 공식 보고한 당시 정부는 남쪽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었다. 공식 발생지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인 자강도였지만, 지난달 국가정보원을 통해 사실상 전역으로 퍼져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졌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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