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무엇 때문에 내가 그토록 일에만 매달렸었던가?”
직장의 굴레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스스로 이렇게 묻는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아무런 안전망도 없이 갑자기 직장에서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되었다.
40대는 자신이 미처 알지도 못했던 내면의 변화요구 못지않게 원하지도 않는 외부의 압박도 받고 있다. 내면적으로는 세상에 어울리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하도록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외면적으로는 더 높은 자리를 요구받지 못하면 진퇴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40대는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는 시기이다.
“나는 그렇게 노인도 아니지만 이제 나이를 느끼게 됩니다. 자주 지칩니다. 전과 달라서 피아노를 치는 것도, 밤에 책을 보는 것도 이제 어렵습니다.”
이 글은 러시아 최고 작곡가로 알려진 차이코프스키가 48세에 쓴 편지의 일부이다.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체력의 저하로 인해 악상의 고갈로 더 이상 작곡하지 못할 것 같은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작곡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을 떨치기 위해 그해 봄부터 의식적으로 새롭게 창작의지를 불태웠다. 그러자 음악적 영감도 다시 되살아났다. 창작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바람에 그의 건강에 이상이 왔지만 마침내 ‘교향곡 제5번’을 완성하게 되었다.
‘교향곡 제5번’은 중년의 차이코프스키가 겪은 삶을 진솔하게 나타내고 있다. 제1악장 첫머리부에는 자신을 가로 막는 운명의 힘이 무겁고 어두운 선율로 나타난다.
변화 없이 조금씩 높은 음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하강하는 선율은 차이코프스키가 운명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체념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차이코프스키가 현실에 체념하여 달콤한 작은 행복에 안주할 때 선율이 불쑥 나타나서 현실의 어려움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하여 이 음악은 차이코프스키가 처한 현실을 더욱 리얼하게 들려주고 있으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깊이 울려 퍼지게 한다.
마지막 제4악장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운명의 힘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힘차게 보여준다.
오늘날 중년기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로 압박을 받거나 시달리고 있는 40대들에게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을 무섭게 짓누르던 운명의 힘을 물리치고 강렬한 의지로 행진하고 있는 이 음악을 추천한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40대에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물리치며 세상을 향해 힘차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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