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오늘날 한국의 40대는 배고픔을 모르고 살아온 첫 세대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돌이나 화염병을 던질 이유도 없었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다. 졸업한 뒤에도 오늘날처럼 취직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하여 무난하게 취직하고 갓 입사하여 평사원으로 마냥 즐겁기만 한 시절에 IMF가 터진 것이다. 대량해고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위기가 끝나고 정상화가 되면서 승진도 빨라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40대에 이르고 보니 회사에서는 중견사원이 되었고,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과 가정에서 안도하고 즐겁게 살려는 40대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 직장에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 가기가 힘들게 되었고, 명퇴라는 낯선 이름 앞에 하루도 안심하고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때서야 “내가 어떻게 살았지?” 생각하며 숨 막히게 흘러버린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사는 동안 세대에 따라 느낌과 방식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저녁의 여유도, 미래의 확신도 없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높은 상관들의 눈치 보기 바쁘고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후배들과의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하루하루가 가시밭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거나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쁘다. 아내 역시 TV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를 켜놓고 보다가 “퇴근했어요?” 하면 그만이다. 그럴 때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이유 없이 외로움이 밀려온다. 이런 외로움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40대가 되면 이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랑하는 부모나 친구 등이 곁을 떠나갈 때이다.
40대가 되면 무엇보다도 낳아주시고 길러주시던 존경하는 부모님이 이때쯤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에는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하던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외로움은 오랫동안 가슴속을 헤집고 다닌다. 슬픈 감정은 잠깐이지만 툭하면 목이 메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외로움은 오래 남는다.
이럴 때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교향곡 제1번 겨울의 꿈 제2악장 음산한 땅, 안개 낀 땅’을 틀어놓고 조용히 듣고 있으면 ‘동질의 음악’을 통해서 외로움이 조금이나마 가실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그러듯이 차이코프스키 역시 외롭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의 여신은 유달리 사랑했던 어머니도, 청년시절 결혼하려고 마음먹었던 연인도, 정신적·물질적 후원자였던 어느 미망인마저도 모두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모두 떠난 자리에 외로움을 달래줄 좋은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곧 ‘자연’이었다. 모스코바 음악원 교수로 임명된 후 겨울에 친구와 함께 갔었던 북 러시아의 전형적인 시골, 라도에서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달래고자 영감을 얻어 ‘교향곡 제1번’을 작곡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제1악장과 제2악장에 각각 ‘겨울 나그네의 몽상’, ‘음산한 땅, 안개 낀 땅’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칼바람 음산한 안개, 얼어붙은 땅 이 모두가 외로운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한다. 그러나 따뜻한 겨울의 햇볕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한없이 넉넉한 자연은 외로운 마음을 감싸준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이 곡을 들을 때에는 집에서 들어도 좋지만 가까운 공원이나 자연을 거닐면서 들으면 더욱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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