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재판부를 변경했다. 기존 재판부의 요청에 따른 변경으로 안 전 대표 등의 기피신청에 따른 재배당은 아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의 재판부를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에서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로 변경했다.
정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의 재배당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과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등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 및 지원장은 재판부의 의견을 들어 사무분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한 뒤 재판부를 변경했다. 이번 재판부 재배당은 안 전 대표 등의 기피신청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변경을 요구했고, 법원이 그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안 전 대표 등 6명은 정 부장판사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현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인 점을 지적하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형사소송법 제18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조위는 지난 8월27일 애경·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업체 전·현직 관계자들을 상대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당시 황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고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이야기하는 게 사과”라며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다 사과가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 변경은 정 부장판사 요청에 따라 진행됐지만, 안 전 대표 등의 불공정 염려에 대한 지적이 전혀 관련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 역시 이같은 지적에 변경 요구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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