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우련이 1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처음이라는 매혹’ ‘말례 언니’ 등 소설 7편이 담겼다. 작품 속에서 화자의 시선은 다양하다.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일 때도 있으며, 때론 남편과의 끊임없는 언쟁에 소모감을 느끼는 중년의 여성이기도, 친구 앞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청소년이기도 하다. 이는 모두 팔팔 끓거나, 끓었거나, 끓기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표제작은 대학 강사와 수강생 ‘나’의 만남을 통해, 뜨겁지만 4분이 지나면 그뿐인 사랑의 덧없음을 그렸다. 산지니, 240쪽, 1만5000원

◇ 시녀 이야기(그래픽 노블)
 ‘시녀 이야기’는 캐나다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이다.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작품이다. 최근 TV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은 원작 소설의 주제의식을 잘 살려냈으며, 긴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각색했다. 해외 언론으로부터 드라마 영상보다 더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이 부커상을 수상하며 원작 소설과 함께 그래픽 노블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240쪽, 1만8000원.

◇ 언어 왜곡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현길언의 소설집이다. 수많은 대화와 만남이 있었는데도 우리는 종종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그 관계가 부부, 부모 자식, 연인으로 묶여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친밀한 관계 속 겹겹이 쌓인 오해와 그 오해에서 비롯된 관계의 모래성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6·25 전쟁 중 자신의 제자와 사랑에 빠진 아버지를 아들과 그 가족들은 이해하기 어렵고(‘애증’), 딸뻘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와 이혼을 결심한 아버지를 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아버지와 아들’). 문학과지성사, 342쪽, 1만4000원.
◇ 첫사랑과 O
출판사 알마가 ‘취향의 공동체’를 꿈꾸는 북살롱 부크누크의 시작과 함께 준비한 책이다. 열두 명의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첫사랑과 첫사랑을 둘러싼 자신의 세계를 고백했다. 건축가 김헌의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첫사랑의 속성에 관해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의 대상 자체가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것의 부재 역시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 것이다. 첫사랑은 그런 존재이고 기억 속에서 공허로 굳어져 가는 어떤 것이다.” 김현·문보영·박연준·배수연·서윤후·손보미·안희연·오은·유진목·정지돈·최지은·황인찬 지음, 112쪽, 1만2500원.

◇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대표 에세이를 모은 선집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국내에 전집 외에 여러 번역서나 해설서들이 나와 있지만, 오직 프로이트의 글을 가지고 구성한 본격적인 독본 형태의 책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여자의 성욕’ ‘나르시시즘 서론’ ‘쾌락 원칙을 넘어서’ ‘마조히즘의 경제적 문제’ ‘환상의 미래’ 등 정신분석사에 중요한 에세이들과 ‘꿈의 해석’ ‘정신분석 강의’ 같은 주요 저작의 일부, ‘도스토옙스키와 아버지 살해’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 등 문학론과 문명 비판론들이 실렸다. 박종대·김명희·김미리혜·김석희·김인순·박찬부·윤희기·정장진·한승완·홍혜경 옮김, 784쪽, 2만2000원

◇ 폐허의 푸른빛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구모룡 문학평론집이다. 21세기 한국문학과 지역문학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구모룡 평론가는 오랫동안 부산이라는 지방에서 비평을 하는 비평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다.
산지니, 472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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