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최근 재심을 준비하는 윤모(52·당시 22세)씨가 26일부터 27일 자정을 넘어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와 “저는 범인이 아니고 억울하게 살았다”며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20년 인생 누가 보상해주겠는가? 경찰과 사법부가 책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씨는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오후 1시30분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도착해 27일 12시 32분까지 11시간 조사를 받았다.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 질문에 “그 당시 조사받았던 내용”이라며 “아는 대로 이야기했다”고 대답했으며, 조사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사건이 오래되다 보니 기억력도 없고 그래서 길어졌다”고 밝혔다.

만약 이춘재가 범인으로 밝혀지면 그 당시 경찰이 처벌받기 원하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공소권도 없고 심판받는다면 법에 심판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 부분에 대해서 “보상이 문제가 아니다. 명예가 중요하다. 돈은 없으면 벌면 된다. 사람은 잃어버린 인생 다시 찾을 수 없다”며 “앞으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1심에서 3심까지 국선변호사를 한 번이라도 만나봤냐는 질문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박준영 변호사는 “이씨는 100% 범인이 맞다”며 “윤씨가 억울하게 위법한 수사를 받았으며 아직 물증이 없지만 적법한 절차에서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조건에서 자백이 이뤄졌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당시 경찰과 대질 신문에 대해서는 “대질은 의미가 없다. 경찰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씨는 오히려 대질을 원하고 있다. 함께 한 자리에서 양심 있다면 그런 수사를 할 수 있었는지 말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날 윤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자백한 이씨에게 고맙다”며 “이씨가 자백 안 했으면 재조사를 받는 일도 없고, 제 사건이 묻혔을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경찰뿐 아니라 언론과 검찰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여)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가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구속돼 20년 동안 복역했던 윤씨는 최근 이씨의 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하며 재심을 준비 중이다.

한편 다음 윤씨 조사는 11월6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화성 = 김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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