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매입거래 심사지침’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업계와 신경전을 벌이다 한 발 물러서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는 백화점들이 할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할인을 해서 손해보는 상황은 일단 피했지만,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알찬 기획은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7일 공정위와 백화점업계 등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 개정안은 시행 시기가 오는 31일에서 내년 1월1일로 유예됐다.
유통업자가 판매촉진행사에 드는 비용의 50% 이상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침이다. 판촉 행사를 할 때 납품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갑질 근절’ 취지다.
문제는 시기였다. 오는 11월1일부터 코리안세일페스타(코세페)가 시작되기 때문에 코세페가 개정안 시행 이후 1호 세일 행사가 될 예정이었고, 백화점 업계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참여할 순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코세페 추진위원회의 참여 독려로 뒤늦게 합류는 했지만, 지난 24일 열린 코세페 기자간담회에서 백화점업계는 경품·사은품 증정·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이벤트 진행 등만 내세웠다. 대형마트나 면세점 업계가 ‘최대 50% 할인’ 등을 언급한 것과는 대조된다.
신치민 백화점협회 상무는 “공정위 지침 행정예고가 백화점 영업 및 경영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백화점들이 코세페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염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추진위에서 굳이 세일이 아니어도 이벤트 등의 방법이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등 떠밀려 참여했음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 뉘앙스다.
결국 공정위가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옮기면서 사실상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지침 개정 관련 유통업자와 입점업자를 수 차례 만나 의견을 청취했으며 이를 개정에 참고할 예정”이라며 “유통업계 의견을 감안, 개정 내용에 대한 유예기간을 설정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계속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정도로 우울하다는 점이 이 같은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진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마치 훼방꾼 역할을 맡는 게, 코세페를 주도해 온 산업통상자원부와 엇박자가 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백화점에서 큰 폭의 할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일 행사를 하려면 입점 브랜드와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이 적은 백화점 업태 특성 상 소비자가 기대하는 정도의 할인율은 어렵다는 점도 협회를 통해 정부에 충분히 설명해 왔다”고 말했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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