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과 시기 등을 놓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가면서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만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더라도 청약 과열이나 집값 상승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29일 관보에 게재되면 곧바로 시행 가능하다. 이미 규제 요건을 갖춘 서울 25개 구를 비롯해 경기 성남 분당과 하남시, 광명시 등 31개 투기과열지구가 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주거정책심의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 지역을 확정한 뒤 곧바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부 내용을 최종 조율한 뒤 이르면 내달 초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춤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보다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양가격을 낮춰 집값을 잡기 위한 포석이자, 실수요자들의 집값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신호로 해석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과도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의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선 전매제한을 늘리는 것만으로 청약 과열과 로또 아파트 양산 등 부작용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첨만 되면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걸림돌이다. 판교 청약 광풍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던 판교의 청약 과열과 이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2006년 판교의 전매제한이 10년이었지만, 청약 과열을 넘어 청약 광풍을 빚었다. 예상대로 전매제한이 풀린 뒤 집값이 2배 이상을 뛰었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한 강남구 세곡동 보금자리주택도 유사하다. 2009년 당시 전용면적 59㎡ 아파트 분양가가 2억2000만원이었다. 6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자 6억3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계속 뛰더니 현재 시세는 9억4000만원에 달한다.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하게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주변 집값을 낮추는 게 아니라 도리어 따라가는 모양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17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이 꺾일 기미가 없다.
일각에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만만찮은 만큼, 로또아파트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시세 차익을 회수하기 위한 ‘채권입찰제’ 등이 추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세차익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세금으로 환수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은 청약자가 분양가와 별도로 추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채권 매입액이 높은 순서대로 당첨자가 선정된다. 시세 차익의 일정 부분을 국채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를 통해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청약자의 부담이 채권 매입액만큼 늘어나 분양가를 사실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별다른 이익환수 장치가 없다면 주택시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불로소득에 대한 별다른 장치가 없다면 투기세력들이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거나 지금과 같은 청약 과열이 광풍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면 분양가 이회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청약 과열 양상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국고로 환수되는 채권 매입액은 정부가 서민 주거복지 등 공공주택을 짓는데 활용할 수 있다며 “채권입찰제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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