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티트(Tartit)’의 음악을 들으며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을 읽는다. 타르티트는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서부에 있는 나라 말리(Mali)의 유목민 투아레그 족(族) 출신들이 결성한 전통음악 집단 팀.
삶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과 주문으로 가득 찬 이들의 음악은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음악기행’이라는 부제를 단 이 기행서에 딸린 OST 같다. 그런데 문자로 적힌 책에서 타르티트 음악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우리의 발길이 멈추는 곳은 끼니때마다 방아를 찧어 밥을 하고,갓 짠 우유로 버터와 치즈를 만들고, 장작을 때서 빵을 굽고, 양털이나 목화로 실을 자아 베를 짜고 카펫을 짜고, 잔칫날이 되면 온종일 노래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는 곳들이다. 그런 곳들은 가이드북에 없는 길로 찾아들었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 꼭 악기가 아니더라도 음악은 도처에서 흘러나온다. 방아와 목화실과 장작에서도 음악은 깃들어 있다. 조건이 있다면 ‘가이드북에 없는 길로 찾아들었을 때’이다. 길을 잃어야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듯, 세상 끝에서 만난 음악은 길을 잃어야 들리는 생체 리듬인 것이다. 지은이가 흠뻑 빠진 타르티트 음악은 국경과 인종과 언어를 초월해 어떤 시원을 품은 오래된 선율들이다.  
주한프랑스문화원 공보관 출신인 지은이 신경아 씨는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 팀을 만나기를 손꼽았다. 타르티트를 읽는 것은 이 여행에 심정적으로 동참하는 셈이다.
그런데 말리는 꽤 위험한 지역이다. 북동부 사막지역을 점령한 분리주의자 반군들 때문이다. 타르티트 멤버 같은 현지 유명 음악가들도 난민촌으로 피했다. 국경 없이 흐르는 음악마저 가로 막혔다. 
하지만 신씨는 조심스레 여정을 이어갔다. 척박하고 전쟁으로 점철된 그곳도 누군가에게는 고향이고 터전. 현지 다정한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에 힘입어 곳곳을 돌아봤다.
무엇보다 가는 곳마다 음악이 흘러 넘쳤다. 밥은 넉넉하지 않아 허기는 따랐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다. 무엇보다 신씨는 현지의 살아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나 명암은 있는 법. 어떤 곳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음악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와 카페에서는 힙합과 팝이 울려 퍼졌다.
신씨가 한국의 민속 음악을 찾아다니던 PD 출신 남편과 여행을 하면서 어렵게 찾아낸 현지 민속음악은 일부 케이블 채널에서만 겨우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어떤 지역에서는 몇 날 며칠을 살피고 다녀도 아무런 음악을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노래를 즐기지 않는 곳도 있었다. 개발의 가속화로 노래하는 풍습마저 잃어버린 곳도 있었다. 신씨는 여기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빌헬름 몸젠의 말이 떠올랐다. “문명이 문화를 파괴하지 않는지, 기술이 인간을 파괴하지 않는지 지켜보는 것은 오늘날 인류의 의무다.”
지은이의 발걸음은 사하라사막 한복판을 지나 그리스의 한가로운 해변, 터키의 외딴 산골마을에 이른다. 세상의 모든 곳에 음악이 있었다.이렇게 보면 제목에 있는 ‘세상의 끝’이란 ‘세상의 모든 곳’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음악이 점점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일돼 가고 있는 이때, 잊혀가는 전통음악을 찾아 나선 신씨의 여정이 의미있는 이유다. 그 여행은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의 흔적을 붙잡으려는 기록이다. 모든 감각은 기억으로 환원된다. 누군가 유랑을 통해 감각한 것을 우리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다. 448쪽, 2만1000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