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 32%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 부진 여파로 수출이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영향이다. 올들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2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억8000만달러로 지난 5월 부터 5개월째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월(93억5000만달러) 이후 11개월만에 최대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달(110억1000만달러)보다는 흑자 규모가 35억4000만달러(32.2%)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2월부터 전년동월대비 8개월째 축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된 흑자 규모는 41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570억2000만달러)보다 155억5000만달러 줄어들었다. 누적 흑자 규모는 지난 2012년(261억3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올해 전망된 연간 흑자 규모는 590억달러인데 달성 가능성은 희미한 상황이다. 남은 4분기 175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 연간 전망치를 달성하더라도 흑자 규모는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최소치가 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하락과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지난해보다 크게 축소됐다”며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200억달러를 넘는 등 최근의 상품수지 둔화는 반도체 경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를 떠받치고 있는 상품수지는 9월 기준 88억4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흑자폭은 전년동월대비 41억7000만달러(32.0%) 줄었다. 수출액이 460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3억1000만달러(10.3%) 줄어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뒷걸음쳤다.

중국 경기 부진 등 세계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수입도 371억7000만달러로 1년 전(383억1000만달러)보다 11억4000만달러(3.0%) 감소했다. 수출입은 5개월째 동반 감소 중이다.

서비스수지는 25억1000만달러 적자를 내 1년 전(-24억7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 1월(-36억1000만달러) 이후 8개월만에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여행수지는 7억8000만달러 적자로 1년 전(-11억5000만달러)보다 축소된 반면 운송수지가 6000만달러 흑자에서 3억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수출 물동량이 감소하자 화물 운송수입이 줄어 운송수지를 악화시켰다.

다만 기조적으로는 서비수수지 적자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1~9월 기준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183억3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234억1000만달러)보다 50억8000만달러 축소됐다. 출국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위주의 입국자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까지 누적된 여행수입은 135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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