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간 정책 엇박자 논란이 지속되자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정부와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말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얼마 전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작심 발언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래도 기간이 끝나면 종료되는 것이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라는 기존의 입장은 고수했다.
7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일몰 예정인 전기요금 특례할인 연장 여부와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는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는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용 특례요금제,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 등이다. 이 제도들은 이사회에서 연장을 결정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폐지된다. 김 사장이 ‘일몰이 원칙’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특례제도의 연장과 폐지를 그날 바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과정에서 정부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 도입의 취지까지 거론하며 고집을 이어가는 까닭은 지속되는 적자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요금 특례제도 폐지 논의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조1733억원에 달한다. 3분기 실적에는 여름철 누진제 개편으로 발생한 할인액 2800억원가량이 반영될 예정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얼마 전 김 사장은 “한전 실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연료 가격”이라며 “연료 가격이 2~3년 전에 비해서 많이 오른 상태이고 금방 내릴 것으로 전망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적과 전기요금을 둘러싼 정부와 한전의 신경전이 상장사인 한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사장은 “고객과 투자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9월 한전에 전기요금 조정 및 연료비 추세에 대한 전망과 재무 영향 등에 대한 공시 가능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SEC는 기업공시와 회계 처리의 적정성 등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투자자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해 이런 질의서를 보낸 것이다. 지난 1994년 10월 뉴욕 증권 시장에 상장한 한전은 SEC의 감독을 받는다.
국내 증시를 보면 김 사장이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한전의 주가는 하루 새 3%가량 뛰었다. 이후 한전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성 장관의 반박 발언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기간 하락 폭은 2.3%이다. SEC가 한전에 실적 관련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지난 6일 주가는 6% 넘게 뛰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오는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주주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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