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1년 만에 가장 큰 폭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3년 만에 최대폭 불어났고, 추석 연휴에 썼던 카드값 결제 수요가 몰려 신용대출 증가폭도 커졌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12일 한국은행의 ‘10월중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8조1000억원 늘어났다. 올들어 가장 큰 폭 늘어난 것이자 지난해 10월(10조40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다. 전월 증가규모(3조2000억원)에 비해 4조9000억원 확대됐다.

은행 가계대출은 874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7조2000억원 늘어났다.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폭이 커지다가 9월 4조8000억원으로 내려앉으면서 한 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한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달(7조7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그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6000억원 늘어난 643조1000억원이었다. 증가규모는 올들어 가장 컸던 지난 8월과 같았다. 10월 기준으로는 지난 2016년 10월(5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규모가 컸다. 9월 추석 연휴를 끼고 주춤해졌던 주택 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 등이 지난달 다시 늘어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채운건 보금자리론(2조2000억원)과 전세자금대출(2조6000억원) 등이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마감된 이후 ‘대체재’ 성격으로 금리가 싼 보금라지론이 인기를 끌었다. 집단대출은 1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가 급증했다기 보다는 9월에 추석 연휴로 일시적으로 (자금수요 등이) 줄었다 늘어난 요인이 있었다”며 “다만 연말 주택시장 상황과 정부의 정책 스탠스를 감안할 때 갑자기 가계부채 증가세가 유의미하게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9월 1조원 증가에 그쳤으나 지난달 2조5000억원 늘어 몸집을 불렸다. 주택 관련 자금 수요에 추석 연휴 카드 소비자금 결제 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잔액은 22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도 7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4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1월(7조6000억원)에 이어 올해 역대 2번째로 증가액이 많았다. 기업대출은 주로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중소기업대출은 715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2015년 4월(6조6000억원) 이후 4년6개월만에 최대치였다.

내년부터 새로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중소기업들의 수요도 맞물렸다. 대기업대출은 1조1000억원 늘어난 153조7000억원이었다.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335조1000억원)도 2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3월(2조90000억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제2금융권에서는 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노력 등으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7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도 전년동월(2조7000억원)보다는 적었다.

올 10월까지 누적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41조6000억원으로 1년 전 수준(60조5000억원)보다는 둔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석 연휴와 가을철 이사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됐지만 전년동월대비 증가세는 모두 축소돼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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