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9일 열리는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낮출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장률 하향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와 마찬가지로 2%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볼 지, 아니면 우려대로 1%대 성장을 공식화할지 여부다.

24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이 올해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약 0.2~0.3%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월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뒤 4월 2.5%, 7월 2.2%로 연이어 내렸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계속돼 추가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한은에 대한 국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2% 성장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만약 한은이 이번에 0.3%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할 경우 전망치는 2%대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 지출이 성장 둔화를 방어하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으로 민간 부문의 부진세가 쉽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연간 성장률은 2%대 달성이 어렵고 1.9%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 부진으로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연간 2%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적어도 남은 4분기 성장률이 0.97% 이상 돼야 하는데 수출, 설비투자 부진세 등을 감안하면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관건은 정부가 올해 성장률 2%대 사수를 위해 쏟아붓고 있는 막바지 재정 효과를 한은이 얼마나 반영할지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보고 있지만 4분기에 예상을 상회하는 정부 지출 확대와 SOC 등 토목건설 확대를 통한 정부의 2% 성장 사수 노력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0~2.1%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관심이다. 한은은 지난 7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한 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까지 하향 조정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2.5~2.6%)을 2년 연속 밑돌게 되는 셈이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7%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저조한 물가흐름을 봤을 때 전망치가 0%대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은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하더라도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도 함께 결정한다. 지난달 이미 성장 둔화세를 감안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린 측면이 있는 만큼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은데,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이나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안정 요인도 자리잡고 있다.

시장에서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도 크게 누그러진 상황이다.

금통위 내부적으로도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에 금리동결이 이뤄지더라도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긴 하지만 바닥 형성이나 개선 신호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 금리인하 기대는 더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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