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올 한 해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올해 들어 심화하면서 업계에서 당초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도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고 할 만큼 하강의 골이 깊었다”고 짚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 상황은 ‘대외 여건 악화와 불확실성 확대’로 요약해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미·중 무역 갈등 등 보호무역주의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했다”며 “전 세계 국가의 90%가 성장세의 동반 둔화(synchronized slowdown)를 경험 중이며 세계 성장률과 교역 증가율 위축으로 한국, 독일, 싱가포르 등 특히 제조업 기반 수출국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7월 이후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함께 홍콩 시위, 브렉시트(Brexit) 등도 리스크 요인으로 계속해서 작용하고 있다고 꼽았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둔화하며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올해보단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기구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 및 교역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주요 시장 예측 기관에선 글로벌 반도체 업황도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언급했다.

앞서 OECD는 우리 경제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2.0%, 2.3%로 제시한 바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9%로 전망했고, 중국은 내년(5.7%)이 올해(6.2%)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그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잠재적 리스크 요인 등을 고려해 볼 때 회복의 정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고도 짚었다.

정부는 다음 달 하순께 내년 중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제 정책의 큰 틀을 발표할 예정으로, 관계 부처 간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경제 정책은 ▲경기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 활력 과제 발굴 ▲성장 동력 확충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5대 분야(산업 혁신, 노동 혁신, 공공 개혁, 인구 등 구조 변화 대응, 규제 혁파 등 제도 및 기본 인프라 강화) 구조개혁 과제 구체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취약 계층과 구조 개혁 과정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계층 등을 위한 포용 기반 강화 과제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홍 부총리는 “성과의 창출과 성과의 체감 측면에서 정책의 방향성 제시는 물론 그 정책의 구체성·구체화에 초점을 두겠다”며 “내년 성장률을 보강·회복하는 데서 나아가 중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의 경로 자체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토대를 구축하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과 상생의 가치가 내년 각 부처가 추진할 정책에 최대한 체화돼 나타나도록 정책을 형성하겠다”며 “’회복의 모멘텀을 확실히 하자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손상호 금융연구원 원장, 조영삼 산업연구원 부원장, 장재철 KB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박석길 제이피모건(JP Morgan) 본부장 송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본부장, 김혜선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등으로부터 내년 경제 정책에 대한 제언을 수렴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가 주요 연구기관장들과 마주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이번엔 시장 참여자인 민간 투자은행 전문가들도 초청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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