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훈지청 복지과이동보훈팀장 서정택
인천보훈지청 복지과이동보훈팀장 서정택

30여 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사회인으로 돌아간 지 5년 만에 인사혁신처의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인 ‘노하우 플러스’로 다시 국가보훈처에 복귀하게 됐다. 현직에 있는 동안 보람있는 경험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더 고민하고 실천해 볼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기에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 인생의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하우플러스 사업은 퇴직공무원의 전문성과 경험을 국가적으로 활용해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사회공헌에 기여하며, 현직공무원이 직접 수행하기 어렵고 민간이 대신하기 어려운 공직 적합 전문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국가보훈처에서는 서울·인천과 같은 대도시의 지역 현장 업무 지원을 위한 이동보훈팀 운영과 소외된 계층과 위기가구의 복지지원을 위한 보훈나눔 플러스 업무에서 퇴직공무원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7개월은 바쁘게 뛰고 달리며 여러 보훈복지서비스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껴볼 수 있었다. 내게 형님 같던 검은 머리의 숱 많던 참전유공자들은 어느 새 인생의 초로를 지나 하나 둘 황혼의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었고, 늘 안부를 챙기던 애국지사님들은 이제 관내에 더 이상 남아 계시지 않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에 무엇 하나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매주 반찬을 배달하고, 생필품과 위문품을 챙기며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생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국가보훈처·지방자치단체 등이 그간 노력해 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국가유공자 예우의 현실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무더웠던 여름 내내 선풍기와 제습기를 전달해 설치해드리고 사용법도 알려 드리고, 활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숲나들이를 다녀오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는 인천시 뇌건강학교의 체험을 지원하는 등 현직에 있을 때 보다 더 바쁘게 많은 곳을 뛰어 다녔고, 위기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로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유공자분들의 생활을 많이 듣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중 잊을 수 없던 기억 하나는 12주 동안 모시고 다니며 치매예방프로그램을 함께 하던 90세의 참전유공자 한 분이 프로그램 종료 한 달 후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됐던 일이다. 혼자 사시면서도 늘 곧은 자세에 깔끔한 옷차림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프로그램을 마치고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부인을 찾아가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 일을 겪으며 어르신들의 시간은 기약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여러 경험을 통해 공무원 동료·후배분들에게 가장 건네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을 위해 분골쇄신 힘쓰고 있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된다면 아니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서 조금 더 현장에 자주 나가 보시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 희생과 고마움에 은혜를 갚고 예우를 다 할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잊지 말고, 우리가 사무실에서 고민하며 만들어 낸 예우의 방법들이 현장에선 때론 부족함이 있다는 것 또한 느껴보기를 바란다.
퇴직공무원으로서 더없이 소중했던 노하우플러스 사업 참여를 마치며, 우리나라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분들에 대한 최선의 보훈복지를 통해 우리가 겪어온 식민지배와 분단의 아픔을 온전히 떨쳐내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온 마음으로 응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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