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전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단가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은 대(對)중국 수출에서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취소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래도 정부는 지난 10월을 저점으로 감소 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수출 물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점이 긍정적이고, 일본 수출규제 영향도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 “지난 10월 저점…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1월 수출이 441억달러로 전년 대비 14.3%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1.2%)을 시작으로 올해 1월(-6.2%), 2월(-11.3%), 3월(-8.4%), 4월(-2.1%), 5월(-9.8%), 6월(-13.8%), 7월(-11.1%), 8월(-14.0%), 9월(-11.7%), 10월(-14.8%)에 이어 11월까지 12개월째 이어졌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액은 18억7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5% 감소했다. 수입도 407억2900만달러로 13.0% 줄었다. 무역수지는 33억6900만달러로 94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단가 회복 지연과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 취소, 조업일수 감소 등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등으로 세계 10대 수출국의 실적도 동반 감소 추세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영국(-9.2%), 홍콩(-6.2%), 네덜란드(-3.7%), 미국(-3.3%), 중국(-3.2%)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어 프랑스(-2.3%), 독일(-1.3%), 일본(-1.2%) 순이다. 이탈리아만 유일하게 0.3%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 비중(26.8%)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아 감소 폭이 컸다. 
정부는 지난 10월을 저점으로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했다. 근거로는 반도체, 선박, 자동차, 석유제품 수급 개선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 기술적 반등 효과 등을 꼽았다. 
품목별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바이오헬스(50.9%), 반도체(22.2%), 로봇(19.1%), 화장품(6.1%), 철강(5.9%), 가전(2.5%), 석유제품(2.3%), 석유화학(1.8%), 농수산식품(1.2%) 등 주요 20개 품목 가운데 14개 품목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 이는 올해 가장 많은 수치로 1~11월 누적 수출 물량도 0.3% 증가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1월 수출 감소에도 전체 수출 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다음달부터는 수출 감소 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신수출 성장 동력의 호조세가 지속되고 중소 수출기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및 1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반도체 부진 지속…선박 수출도 ‘삐끗’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73억9000만달러로 3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D램 단가는 지난해보다 61%가량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점진적인 상승 추세이지만 D램 가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각각 34억5000만달러, 32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9%, 19.0% 줄었다. 국제유가가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3.4% 감소한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출하량 감소와 단가 하락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철강 수출액은 8.7% 줄어든 24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철강 수요가 정체되면서 단가 하락이 지속된 탓이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방산업이 침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선박 수출액은 7억9000만달러로 62.1% 대폭 감소했다. 지난달 7억2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외에 2차전지(-17.7%), 섬유(-12.3%), 차부품(-9.4%), 가전(-6.9%), 무선통신기기(-2.9%), 일반기계(-1.5%), 자동차(-1.4%) 등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냈다.
반대로 컴퓨터(23.5%)는 낸드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화장품(9.9%) 바이오헬스(5.8%) 등 신수출 성장 품목도 호조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2.2% 줄어들면서 1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저치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에서 골고루 부진했다. 
유럽연합(-21.9%), 아세안(-19.5%), 중남미(-15.9%), 인도(-15.7%), 일본(-10.9%), 미국(-8.3%), 지역에 대한 수출도 부진했다. CIS(31.6%), 중동(0.9%) 지역 수출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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