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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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매일
  • 승인 2019.12.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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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_51 우아한 여인 ‘마담 X’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육체가 담고 있는 한 편의 시()를 세련되게 번안해 캔버스로 옮기는 전문 번역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1856~1925)의 작품, <마담 X>입니다. 크기가 2m에 달하는 전신상이지요. 사전트는 초상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특히 우아한 품격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자세와 구도를 탁월하게 포착했지요. 주문자들은 사전트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놀라고 경탄했습니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거든요. 심리적인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는 그의 시력은 남과 달랐던 것일까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당시 파리 사교계의 꽃, ‘아멜리 고트로입니다. 미국 뉴올리언스 귀족 출신이었고, 나이 많은 프랑스 은행가 피에르 고트로와 결혼했지요. 프랑스로 건너 온 그녀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으로 파리 사교계에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파리라는 우주의 행성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운행했습니다.

 

사전트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를 보세요. 연보랏빛이 감돌 정도로 투명하고 흰 피부, 날렵하고 고아한 콧날, 우수에 찬 눈동자, 지적인 이마가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입은 검은 공단 드레스는 잘록한 허리와 매끄러운 몸의 곡선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사전트는 긴 시간, 포즈를 취하느라 금속 체인으로 연결된 드레스의 어깨 끈이 살짝 흘러내린 매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보다 보일 듯 말 듯 한 시스루 패션이 더 아찔하듯, 흘러내린 어깨끈은 고전적 우아함과 비밀스런 섹시함 사이에 파열과 긴장을 일으켰습니다. 살롱에 전시된 초상화를 보고, 소수는 ‘1884, 당대 상류층의 문화를 대변 한다고 칭송하였고 다수는 금지된 욕망을 품고 있는 퇴폐적인 그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28세에 불과했던 사전트는 사회의 비난에 못 이겨 결국 드레스의 끈을 어깨에 고정시킵니다. 마담 고트로는 작품을 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생각했지요. 끝내 이 작품은 이름을 갖지 못하고 <마담 X>가 되었습니다. 혹평과 조롱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전트는 벗, 헨리 제임스가 있는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전통은 힘이 세지요. 르네상스 이후로 이어진 회화의 규칙은 완고했고 새로운 화풍을 포용하기에는 너무 오만했습니다. 하지만 근세와 근대가 부딪쳤던 지각변동의 시기, 19세기 후반에 이르자 창조적인 소수의 다양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아르누보(Art Nouveau, 새로운 예술)를 대표하는 알폰소 무하의 섬세한 꽃무늬가 거리를 장식하는가 하면,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가 아카데미 살롱에 전시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포르노가 아니라면 여성의 체모는 그리지 않는다는 회화사의 전통을 깨고 구스타브 쿠르베는 적나라한 신체의 묘사를 통해 사실주의를 열었습니다. 찬란하고 화려한 문화가 꽃피웠던 벨 에포크 시대는 시대와 시대가, 개성과 개성이 충돌을 일으킨 문화의 빅뱅이었던 거지요.

 

사전트는 해가 지기 전 짧은 순간, 풀 내음과 꽃향기가 진동하는 정원에서 사랑스런 두 소녀가 중국식 등을 켜고 있는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라는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의 깊이 있고 색다른 시력이 진부한 전통을 이긴 것이겠지요! 하지만 마담 고트로는 점차 사교계에서 잊힌 인물이 되었고 그녀의 부박(浮薄)한 안목으로 인해 <마담 고트로><마담 X>라는 이름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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