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로 수요가 꾸준해 집값 상승세도 가팔랐던 소형 아파트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다.

반면 그동안 상대적 저평가 됐던 중·대형 아파트값은 최근 3년간 ‘똘똘한 한 채’ 등의 영향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소형 아파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8일 부동산중개플랫폼 직방의 ‘최근 2년간(2017~2019) 주택 규모별 3.3㎡당 매매가격 상승률’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중대형이 소형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요가 많았던 공급면적 기준 66㎡(20평형) 이하 아파트값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3.3㎡당 2001만원으로, 165㎡ 초과(2474만원·50평형 이상)에 이어 2번째로 비쌌다.

하지만 지난해 66㎡ 이하 아파트값은 3.3㎡당 2140만원으로 6.9% 오르는 데 그쳐, 같은 기간 ▲66~99㎡(20~30평형) 12.7%▲99~132㎡(30~40평형) 12.9% 등 중대형 아파트 등에 추격을 받았다.

올해도 추세가 이어지며 66㎡ 이하는 이달 현재 3.3㎡당 2502만원에 그쳐, ▲66~99㎡ 3.3㎡당 2540만원 ▲99~132㎡ 3.3㎡당 2685만원에 역전 당했다. ▲132~165㎡(40~50평형)도 이달 현재 3.3㎡당 평균 2647만원으로 집계돼 소형 아파트값을 뛰어 넘은 상태다.

이는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울 지역은 지난 2010년 이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와 관련 “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형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가 아파트가 더 많이 오르고 중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소형 아파트는 201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상황에서도 세금 부담이 적고 1인·비혼가구 등 실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특히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한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부터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에 대해 과세가 시작된 데다, 공시가격까지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 들었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거주자 중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수는 38만9000명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해 6년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서울의 주택 소유자 중 다주택자 비중은 같은 기간 16.0%에서 15.8%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중대형 아파트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아 한 채에 집중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 탓에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오랜 기간 시장에 공급 물량이 적었던 탓에 강남권 신축 등을 중심으로 ‘희소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함 랩장은 “서울에서 중대형 새 아파트 공급이 전체 입주에 10%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중대형의 희소성이 높아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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