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무산된 가운데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하고 여야에 선거제·검찰개혁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합의를 촉구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의장은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여야 정치권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의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에게 오전 11시 회동 소집을 통보했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가 불참해 회동은 무산됐고 문 의장은 다시 오후 1시30분 회동을 소집했지만 이 원내대표만 응했다.
이에 문 의장은 본회의 연기를 결정하면서 여야에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협상을 통해 극단의 정치를 극복해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냈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democracy·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이 ‘비토크라시(vetocracy·반대만을 위한 정치)’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을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국회는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만 연출하고 있다. 부끄럽고 부끄럽다”며 “매일 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전했다.
이는 새해 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한국당이 문 의장 아들의 ‘세습공천’ 의혹 제기로 공세를 퍼붓고 일방적으로 회기를 결정하면 형사고발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우리 헌법은 누구나 ‘아니요’라고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헌법에서는 중요한 국가 운영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를 규정해 국회를 국민의 뜻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모두가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된다면 대의 민주주의의 기반인 국회는 존재의 의미를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며 “국회가 지리멸렬하니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무시당하는 것이다. 국민이 매일 거리에 나오는 상황을 만든 것도 모자라 부추긴 것에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의장은 한국당의 패스트트랙법 저지 규탄대회에 참여한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아수라장이 빚어진 데 대해 “오늘은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 있어서도 안되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 급기야 벌어졌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개탄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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