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키우던 돼지를 모두 잃은 경기북부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의 경제사정이 계속 악화되면서 재기불능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돈협회와 해당 지자체, 농민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16일 경기 파주시에서 처음 ASF가 발생한 뒤 인근 연천군과 김포시, 인천 강화군까지 확산되자 해당 지역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 또는 수매 조치했다.

다행히 지난 10월 9일 이후 두 달 넘게 ASF 확진농장이 발생하지 않아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상태지만, 살처분 보상가 및 수매가격, 피해농가 지원에 대한 관계당국과 양돈농민들의 갈등은 아직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다.

특히 ASF 매개체로 지목된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 조치로 재입식 시기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피해농가들의 경제사정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상태다.

97개 농가에서 돼지 12만 마리가 살처분되거나 수매된 파주지역에서는 최근 파산 신청 농가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피해농가들의 경제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농장주 중 상당수는 농장을 시작하거나 보수하는 과정에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30억~40억 원까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지난 10월 이후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일부 보상금만으로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을 이어가다 보니 한계점이 임박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돼지를 재입식해도 모돈을 들여와 선별하고 새끼를 키워 출하하려면 최소 1년에서 1년6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동안 농민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 생활비를 자체 조달하면서 농장 운영비용까지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저리자금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향후 경제사정이 불투명하다보니 이마저도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87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19만7000여 마리를 잃은 연천지역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농장주는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 정부 저리자금 지원조차 상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사용이 어려운 상태”라며 “2년 뒤에 갚아야 하는데 언제 재입식이 허용될지, 언제 출하가 가능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빚이 새로운 빚을 만들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장석철 한돈협회 파주시지부장은 “가장 힘든 점은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결정할 수 없는 현재 상태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 것 같다”며 “재입식 전까지는 할 수 있는 것도 수입도 없는 피해지역 양돈농민들은 휴업보상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주 = 신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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