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기대만 하다가 젊은이들이 먼저 사라지더니 이제 동네에서 늙은이들도 떠나고 사람 구경하기 어려워”
지난 19일 오후 최근 미군기지가 반환됐다는 반가운 소식과는 달리 경기 동두천시 캠프 호비 주변에서 만난 이대유(78)씨는 “볼 것도 없는 이 동네에는 뭐하러 왔냐”며 한숨만 내쉬었다.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이씨는 “벌써 수십년째 말만 그럴 듯 하게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취재진이 캠프 호비 출입구를 시작으로 30여분 가량을 도보로 걷는 동안 인기척도 없이 비어있는 집과 상가들로 거리는 음산함 마저 느껴졌다.
수도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철조망이 부대 주변과 심지어 가정집 주변까지 두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캠프 호비는 미군의 주둔지가 아닌 순환부대로 활용되고 있다. 훈련 때만 미군들이 활용하다 보니 주변 상권은 자연스럽게 몰락했고 지금 현재는 문을 연 가게를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반환된 미군기지는 활용가치가 큰 캠프 호비가 아닌 쉐어 사격장으로 동두천시는 따로 개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쉐어 사격장은 규모도 작은데다 산 속이어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 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컸다.
호비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진수(41)씨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특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뭐 하나 제대로 지키는 게 없다”며 “2014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미군기지가 반환됐다고 거창하게 발표했지만 누구도 반기지 않은 쉐어 사격장이라는데서 국민들을 우롱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나마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캠프 케이시 주변 곳곳에서도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임대를 내놓은 상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연희(45)씨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좋아지고 도로가 확충될 수록 외부에서는 사람들이 오지 않고 미군들은 가까운 의정부나 서울로 빠져나가기만 하는데 어떻게 먹고 살 수 있겠느냐”며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매년 상황이 안좋아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미군기지 주변을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생연동에서 수제 햄버거 집을 운영하는 이광수(56)씨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다른 지역도 많이 힘들다고들 하는데 동두천시는 미군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유입인구는 늘지 않아 경기북부에서도 가장 경기가 침체 됐다”며 “미군기지 반환을 통해 지역을 개발하던지 아니면 미군을 다시 주둔을 시키거나 해야지 이제 정말 죽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동두천시는 전체 면적 95.66㎢ 중 미군공여지 40.63㎢로 42%나 차지하는 특성 때문에 미군의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2004년 동두천시 주둔 미군 병력의 50%가 이라크에 파병된 것을 시작으로 한때 2만명에 달하던 미군 병력은 현재 200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해 장기간 반환이 미뤄져 온 4개의 폐쇄된 미군기지를 즉시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동두천 캠프 호비 쉐어 사격장을 비롯해 캠프 이글(원주), 캠프 롱(원주), 캠프 마켓(부평) 등 모두 4곳이다.
동두천 = 정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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