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구글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중세의 뛰어난 지성들은 연금술이라는 도구로 무수히 많은 물질들을 어루만지고 다듬었지만 그것들은 결코 금이 되지 못했습니다. 실패했지요. 하지만 보잘 것 없는 재료로 빛나는 금을 건져 낸 화가가 있습니다. 삶의 연금술사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삶이 자신에게 준 재료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빛나고 가장 아름다운 꿈을 빚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살뜰히 돌보며 끈기 있게 가꿀 줄 알았지요. 가끔은 고통스러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소심하고 나약해 지기도 했지만 끝내 행복한 가정과 뛰어난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그는 사랑에 대해 배우고 진심으로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Carl Larsson, 1853~1919)을 만나 꿈을 설계하고 대패질하는 방법을 눈동냥해 볼까요?

 

그에게는 폭력적이고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 매춘굴 옆에서 세탁부 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간이었지요. 그의 말대로 비참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냉정하고 잔인한 말에 몹시 주눅 들고 때로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그림에 대한 아들의 재능을 발견합니다. 힘겨운 환경에도 어머니는 아들의 꿈을 격려했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스웨덴 왕립예술아카데미(Royal Swedish Academy of Arts)에 들어가 그림을 배웁니다. 당시 화단은 인상주의의 물결이 거셌습니다. 칼 라르손은 인상주의는 급격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변화가 필요했고 스칸디나비아 출신 예술가들이 모여 있던 파리 근교의 그레(Grez-sur-Loing)로 갑니다. 그곳에서 카린 베르괴(Karin Bergoo)를 만나지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그에게 신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칼 라르손은 카린이 주는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행복한 가정의 하루하루를 그림에 담습니다. 검박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아기자기 하지만 유치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는 그만의 소박하고 부드러운 수채화 작품을 1909, <햇빛 속의 집>으로 엮었습니다. 1차 대전의 참혹한 전쟁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동화와 같은 환상이 펼쳐지는 그의 책은 스웨덴 병사들에게 구약성경 다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그림 설명을 해야겠지요?

 

신이 난 다섯 명의 아이가 소란스럽습니다. “가자, 보물섬으로!”하는 명령이 들리지 않으세요? 장난감 칼을 머리 위로 올린 아이는 갑판 위에서 거친 파도를 노려보는 용감한 선장입니다. 고래도, 상어도 무섭지 않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엔 아랑곳 않고 어른스럽게 스케이트 날을 매만지는 붉은 조끼의 소년도 보입니다. 스케이트가 발에 꼭 맞는지 살피는 두 눈은 이미 빙판을 달리고 있네요. 화면 앞 쪽엔 무언가를 컵에 담는 어린 꼬마와 뚫어져라 만화를 보고 있는 금발머리 소녀도 있습니다. 두 다리를 모으고 집중하는 폼이 무척 진지합니다. 침대 위,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의 미소는 동심원처럼 둥글게 퍼져 온 방안을 잔잔하게 채우는군요. 그러고 보니 모두 한 가지씩 선물을 받았네요. 아하, 제목이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간밤,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명량한 해는 창문을 두드리고 밤 새 아이들 곁을 지켰던 촛대의 초는 몽당해졌습니다. 문 밖엔 선물을 싣고 왔던 산타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부산할 테지요.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세상은 행복한 아이들로 꽉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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