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사진제공=조선중앙TV 캡처】
▲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사진제공=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고 25일 한반도 안팎이 긴장에 휩싸였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켜 대북 정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북한이 ‘성탄 도발’을 강행하는 대신 당 전원회의와 신년사를 통해 대미 기조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시간으로 25일이 끝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미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10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실무 접촉을 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 체제 안전 보장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과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연말 시한’을 제시해 왔다. 특히 북한 외무성의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북한은 지난 7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하며 도발을 시사했다. 중대한 시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성능 시험 또는 신형 엔진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히며 ICBM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제안한 데다 미국이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표현이 김 위원장이 아닌 외무성 간부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무게감을 둘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 유엔 안보리에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가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중·일 3국 정상은 중국 청두에서 정상회의 후 공동 발표를 통해 “북미 대화의 조속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5일 tbs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이) 연말에 미사일을 발사 하지는 않고 점잖게 해를 넘기면서 내년 신년사에서 방향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며 “(박정천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대화라는 단어를 쓰길래 역시 (협상) 판을 안 깨려고 하는 것으로(판단했다)”고 전했다.
정 부의장과 함께 출연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역시 “미국에서 대화를 하자고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것(미사일)을 쏴 버리면 모든 정당성이 날아가고, 모든 책임을 북한이 지게 된다”며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도 했고, 미국이 들썩거렸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제재완화 뜻을 드러내는 등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선물을 줄 수도 있다고 한 것이 (국제사회에) 통했다. 조금 더 자기들의 기싸움을 이어갈 것이고, 내년 2월~3월까지는 기회가 있다”며 “그런데 영원히 안 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전원회의를 거쳐 내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통해 대미 전략 등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하며 “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성명이나 논평을 비롯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우주 개발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신문은 이날 ‘우주 개발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 기사를 통해 “지난 시기 우주 개발은 발전된 나라들의 독점물이었지만 오늘날 우주는 많은 나라들의 개발 영역”이라며 중국, 인도 등의 위성 발사 사례를 소개했다. 
ICBM과 위성 발사는 핵심 기술이나 원리가 거의 같다.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SLV)가 되고,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군용 무기가 탄두에 탑재되면 미사일이 된다. 따라서 북한이 돌연 우주 개발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위성 발사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휴가차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 “우리는 놀라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매우 성공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아마도 멋진 선물일 것이다. 어쩌면 그가 나에게 아름다운 꽃병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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