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절대 피우지 맙시다."

탤런트 이상윤(38)이 SBS TV 월화극 'VIP'를 통해 느낀 가장 큰 교훈이다. 이 드라마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상윤은 VIP 전담팀 차장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이자 같은 팀장 '박성준'으로 분했다. 같은 팀 사원이자 성운백화점 부사장 '하재웅'(박성근)의 숨겨둔 딸 '온유리'와 불륜을 저질렀다. 욕 먹을 걸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이 먹을 줄은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작품을 찍고 불륜이 이해됐느냐고? 오~노노노. 촬영하는 동안은 물론 방송을 보면서 여러 지인들의 반응을 듣고 느낀 게 있다. 첫째, 절대 바람은 피우지 말자. 둘째, 혹시 실수로 바람을 피웠으면 절대 걸리지 말자. 셋째, 바람을 피우다가 걸렸으면 끝났다고 생각하자. 불륜을 저지른 후 미래는 없다. 만약 실수한 뒤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평생 걸리지 말아야 한다. 걸리면 서로에게 너무 힘들다."

이상윤은 성준이 바람을 피웠지만 "분명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사전제작돼 촬영을 모두 마친 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며 "정선에게 더 많이 감정 이입했다. 성준은 성준 나름대로, 유리는 유리 나름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충실히 연기해 안쓰럽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촬영할 때 연기자들끼리 토론을 많이 했는데, 후반부쯤에는 정선을 대변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성준을 이해하는 등 서로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고 귀띔했다.

성준은 사랑 받기 힘든 캐릭터인 만큼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도 적지 않았을 터다. 오히려 "성준을 욕하는 건 얼마든지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9~10회 때 성준의 사연이 나오면 '조금씩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아무도 없더라. 성준을 욕하다가 이상윤의 연기를 욕하고, 그 다음은 그냥 이상윤 욕으로 이어지더라. 초반에는 댓글을 다 찾아봤는데 중반부터 안 봤다"고 털어놓았다.

성준은 감정 표현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무표정한 얼굴과 함께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하는 것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제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아직도 연기가 어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성준은 말 없이 혼자 속으로 감내하는 인물이라서 재미있었다.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 선배가 연기한 요리사 '최현욱' 캐릭터가 매력있지 않았나. 성준과 결은 다르지만 그런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성준의 과거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아예 감정을 숨기는 건 편한데, 숨기는 와중에도 얼만큼 드러내야 할지 모르겠더라. '표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식의 댓글이 있었는데, 그분은 답답해서 욕을 했겠지만 '내가 눌러서 한 게 다 보이는구나' 싶어서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VIP'는 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육박하며 인기몰이 했다. 처음엔 '불륜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한 번 보면 계속 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상대역인 장나라(38)와 표예진(27) 모두 연기를 잘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장나라는 본인 연기도 잘하지만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능수능란하다. 동갑이라서 소통하는 것도 편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선도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유리는 감정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표예진씨는 장나라씨에 비해 연기 경력이 짧은데 깊은 감정을 보여줘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국민 불륜남'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뭔가를 대표하는 건 좋은 거 아니냐"면서 "주변 지인들도 '성준 역과 잘 어울릴까?' 걱정했더라. 결과적으로는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 됐다.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본 적은 처음이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미소지었다.

이상윤은 2007년 영화 '색즉시공2'(감독 윤태윤)로 데뷔했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 '내 딸 서영이'(2012~2013) '공항 가는 길'(2016) '귓속말'(2017) 등에서 활약했지만, 연기력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SBS TV 예능물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연기적인 부분에 도움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을까?' 고민도 되지만, "연기자니까 조금이라도 그런 이야기가 들리면 바로 예능물을 그만둘 것"이라며 "SNS로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성준이 너무 싫어서 한동안 '집사부일체' 안 볼거라고 하더라. ''집사부일체' 때문에 몰입이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욕인데 다행"이라고 좋아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아직도 따라 다닌다. "어떡하겠느냐. 이제는 하도 오래돼서 '그런가보다' 한다"면서 "예전에는 그 부분이 더 컸는데 작품이 많이 쌓이니 '그 친구 서울대 나왔지' 정도로 바뀌어서 괜찮다"고 한다.

"VIP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도 얻고 개인적으로 조금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내년이면 40대가 되는데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뀔 때 기분이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고민이다. 연기적인 부분도 부족함을 더 많이 느끼고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결혼 생각은 없느냐고? 농담 삼아서 VIP는 강력하게 비혼을 추천하는 드라마라고 했다. 주변에서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지만, 나이가 찼다고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평생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람은 절대 피지 말아야 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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