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로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골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민주당의 소집 요구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임시국회가 열리는 만큼 곧바로 표결 시도가 가능하지만, 지난 23일부터 지속된 필리버스터로 여야 모두 피로가 누적된 데다 전략 정비 차원에서 ‘쉬어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만 선거법 처리를 마냥 미룰 수 없는 만큼 늦어도 오는 27일에는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 부각으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며 동참을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의 열차가 쉼없이 달리고 있다”며 “성탄절 휴일에도 이어진 긴 토론을 통해 선거법 개혁의 필요성이 조금이나마 우리 국민들께 전달됐기를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 회기는 전날까지로, 이에 따라 지난 23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과 함께 릴레이로 진행된 필리버스터도 전날 자정을 기해 종료된 상태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 내에서만 유효하고 다음 회기가 시작되면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소집도 요구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제 선거법 토론은 끝났다”며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다시 시작됐고 조만간 본회의가 소집되면 단호하게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관련 법안,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50시간 넘는 필리버스터 사회로) 체력이 이미 한계를 넘어선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의 체력이 회복되는대로 늦어도 내일까지는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 처리의 당위성도 재차 피력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신설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민주당은) 의석이 크게 줄어드는 손해도 기꺼이 감수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선거법 처리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이제 한국당이 동참할 차례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정치개혁 기회에서 또 하나의 승자가 한국당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한국당이 전날 포항지진특별법과 병역법, 대체복무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데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내친 김에 한국당에 모든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청한다”며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는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오늘부터 새로운 임시국회가 시작된다. 이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일만 남았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해 국민과의 약속인 선거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이미 국민께 말씀드린 것처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도 차례로 상정해 당당하고 유연하게 처리하겠다”며 “국민께서 명령한 개혁의 길을 거침없이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조 의장은 특히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정치개혁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사흘 내내 이어진 한국당의 근거 없는 정치 공세와 막말은 정치개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히 확인시켜줬다”며 “소위 비이성적 보수 집단의 민낯과 밑바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조 의장은 “특히 문 의장을 향해 자행된 온갖 추태와 막말, 인신 공격은 최소한의 금도를 넘어선 패륜”이라며 “합법적 의견 개진은 얼마든 수용할 것이지만 국회 권위를 실추시키고 모욕하는 범죄만큼은 앞으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선거법 처리 시점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민주당은 일단 이날은 숨을 고르며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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