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은 온라인 악성댓글(악플) 문제로 우울한 한 해였다. 유명 연예인 2명이 잇달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전문가들은 악플러(악플을 쓰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당사자 고소 없이 가능하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가수 설리(향년 25세·본명 최진리)씨와 구하라(향년 28세)씨가 지난해 약 한달 간격(10월14일·11월24일)을 두고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악플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악플을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플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10개 이상 게시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해 10월25일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여전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악플을 근절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악플로 인한 폐해가 극심한 상황이므로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도록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악플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적용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런 것들은 입증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욕이나 명예훼손 상태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설령 증명했다고 하더라도 처벌수위가 낮아 벌금 몇백만 원에 처해지거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처벌을 받고 나서도 다시 악플을 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서부지법은 아이돌그룹 베이비복스 전 멤버인 배우 심은진(38)씨에게 명예훼손과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악플을 남긴 혐의를 받는 여성 A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7월 가수 간미연씨와 배우 원모씨 등에게 악플을 달아 이미 고소당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는 친고죄라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 교수는 “공인의 경우 직접 고소를 진행하면서 받게 될 압박감이 있다”며 “일반인의 경우에도 모욕을 당한 사실을 직접 알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악플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윤리 교육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권상희 교수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자체가 공공의 장소, 공공의 미디어로 인식되도록 해 자발적으로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인터넷 윤리 교육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진행 중이긴 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인터넷윤리팀은 2017년부터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2022’ 종합계획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5년간 유치원생부터 학부모·성인까지 총 100만명에게 생애주기별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 교육생은 17만명이었는데 이미 17만8000명을 교육해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인터넷 사용 인구가 4632만 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악플 문제의 중대성을 실감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규제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새로운 제도나 문화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피해를 당한 개인이 민·형사적인 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법부가 온라인상 명예훼손에 대해 더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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