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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하기 위해 남성 청소년도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투입 대비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여성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서도 예방접종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령 확대나 접종률 향상 등은 고려해볼 만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5일 질병관리본부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방안'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HPV 국가예방접종에서 남아 확대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지속 감염 시 자궁경부암 등 관련 암의 원인이 되고 있다. HPV 백신은 특히 자궁 입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됐다. 정부는 2016년 6월부터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해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관계 등을 통해 HPV에 감염된 남성으로부터 여성이 전염될 수 있어 여아뿐 아니라 남아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영국, 호주 등에선 국가예방접종에 남아를 포함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백신비용과 HPV 감염 시 남성의 질병부담을 산출해 비교했다.  

백신비용은 국가예방접종 백신인 HPV 2가, 4가 시장 점유율을 반영해 2회 접종했을 때 필요한 백신약제비용, 상담료, 시행료 등 19만1342원이다. 2018년 당시 12세 남아는 23만5616명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450억8319만원 정도다.

반면 2017년 HPV 관련 남성 질환 유병자는 4만2339명이며 성기사마귀 등으로 인한 진료비는 약 196억3898만원이었다. 

즉 남성 청소년에게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했을 때 451억원이 투입되는 반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부담은 200억원이 채 안 돼 투여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21만9040명에 대해 419억1151만원의 백신 예방접종 예산을 투입해 자궁경부암 등 1613억3044만원에 상당하는 질병부담을 줄일 수 있어 투입 대비 절감효과가 4배에 달하는 만 12세 여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투여비용 대비 절감비용이 낮은 이유는 남성의 경우 백신의 주된 목표인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는 데다 성관계 등을 통해 남성으로부터 여성이 HPV에 감염될 확률에 관한 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HPV 백신의 남아 대상 확대, 9가 백신의 도입 등 HPV 백신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용-효과성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 성 활동 및 HPV 역학연구, 남성에서의 HPV 감염 및 질환 진행 등과 같은 기반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시사했다. 

그 결과 9~12세, 12~14세, 12~18세, 12~22세, 12~26세 등 감염확률이 최고점에 달하는 25세 미만 전후 모든 연령군에서 예방접종으로 인한 추가 예산이 1인당 국내총생산을 밑돌아 비용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효과적인 HPV 예방접종 전략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 포함과 함께 9~14세 여아를 우선 접종대상으로 하고 접종률을 높일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투입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재정적 효과만을 고려했을 때 연령 확대나 접종률 향상 등 여아 접종 관련 전략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WHO의 효과적인 HPV 예방접종 전략과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선 남아 확대 외에 접종 대상 여성 연령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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