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건수가 최근 5년 간 50명이 넘는 등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소방관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수면패턴 문제가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발간된 '2020년 주요 소방정책'상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56명이다. 같은 기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이 23명인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은 총 47명이었고,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49명이었다.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공무원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이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PTSD와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들었다.

전남지역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A씨(34)는 "최근에 한 여직원은 사람이 목을 매달고 사망한 사건을 보고 휴직을 했고, 죽은 사람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던 (또 다른) 아는 직원은 너무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을 보고 결국은 소위 '멘붕'이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또 우리 직업군을 돌아보면 수면패턴이 워낙 불규칙 하다"며 "호르몬 상의 불균형이 일어나서 그것도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충청지역에서 근무하는 7년차 소방공무원 B씨는 변사 사건을 자주 보게 되는 구급대원 근무 시절을 떠올리며 "PTSD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좀 많이 완화가 됐는데, 한 5년 전만 해도 '뭘 그런 것을 가지고 휴직을 하느냐', '버텨내면 되지', '네가 약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고도 전했다.

전북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화재 진압대원 B씨도 "현장에서 (잔혹한 현장을 보고 발생하는) PTSD, 근무시간이 힘들 때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할 경우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복합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경찰이나 소방은 타 직종에 비해서 그런 측면(PTSD·수면패턴 문제 등)이 있다"면서 "교대근무도 하고, 참혹한 현장도 봐야하고,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있다. 또 국민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도 있고,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니까 다른 직종에 비해선 그런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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