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또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의 과도한 부동산 영업 행태를 지목하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대출)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IB 제도를 마련한 취지는 성장성은 높지만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숨통을 틔어주기 위해서인데. 벤처·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증권사들의 SPC에 대한 대출 규모는 5조원 이상에 이르며. 이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 위원장은 “IB의 영업이 벤처·중소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에 앞서 지난달 5일 100조원 규모로 커진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자본력에 비해 과도한 채무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증권사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키로 한 것이다.
8일 금융투자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부동산PF 총량규제에 이어 또 다시 이러한 조치를 내놓는 것은 “부동산 투자를 아예 하지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PC를 이용한 부동산 PF 대출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아니고 중소기업으로 분류만 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직접적으로 회사들에게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앞서 부동산 PF 규제를 통해 이미 총량규제를 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크게 중요치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에는 중소기업 대출로 잡혔던 SPC 대출이 부동산 일반 PF 대출에 들어가게 되니 증권사들로서는 운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나온 일련의 부동산 PF 규제는 아파트값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실물 부동산과는 관련이 없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이어 규제를 내놓는다 해서 정부의 바람처럼 시중자금이 부동산을 벗어나 중소기업과 벤처 등으로 흘러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다음 타깃으로 개인 간 대출(P2P)을 잡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P2P대출은 아직까지 LTV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현행 대출 규제를 피할 우회 통로로 지목받고 있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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