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에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 때 2140선 아래로 내려가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해 1180원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지속될 전망이다.
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2175.54)보다 19.27포인트(0.89%) 내린 2156.27에 출발한 뒤 2140선에 머무르고 있다. 장 초반 37.82포인트(1.74%) 하락한 2137.72를 가리키며 214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코스닥도 전 거래일(663.44)보다 6.20포인트(0.93%) 내린 657.24에 출발한 뒤 장중 한 때 640선 아래로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1180원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3원에 출발한 뒤 가파르게 상승해 1180원 목전까지 올랐다. 지난 6일 1172.1원에서 전날 1166.4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현재 상승폭을 좁혀 1170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갈등을 아직까지 단기 악재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이날(현지시간) 오전 미국이 주둔한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
CNN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은 그럴 경우 미국 본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지난 3일 미국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자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경고해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이번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에 그칠지, 장기로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가격으로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관이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이란 이슈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으로 저가 매수세가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하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계부처별 합동대책반 등 대응 체계를 구성하고,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을 적기에 작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 사태 때문에) 직접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양상이라 판단하긴 이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가·수출·대내외 금융시장·해외건설·해운·물류 관련 상황을 종합 체크해서 적기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이란의 미국 보복공격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과 대응책 등을 점검하기 위해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종혁 기자
금융시장, 이란 사태에 ‘출렁’
코스피·코스닥 급락, 원·달러 환율은 급등
‘이란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시장 불안감
- 기자명 이종혁
- 입력 2020.01.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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