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00행사가 있으니 참석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연락을 받고 행사장에 가 보면 행사를 시작하면서 내빈소개로 이어진다. 먼저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부터 말한다.
00지자체장께서는 출장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을 들먹인다.
주최 측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하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기왕 과시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국회의장이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급한 사정이 있어 못 오셨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리하지 않고 겨우 지역단체장을 거론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빈소개를 하면서 주최 측 가족을 내빈으로 소개하고 무슨, 무슨 단체장 00님 00님 줄줄이 2·30명을 소개한다. 그렇게 수 십분 내빈소개를 한다.
그것까지는 좋다. 소개하지 않은 내빈 적지 않다. 초청받고 행사에 참석했는데도 소개에서 빠진 사람은 내빈이 아닌가? 혹 소 돼지로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말사전을 살펴보면 내빈來賓이란 어떤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아 참석한 사람이라 돼 있다. 다시 말해 초청을 받고 참석한 모든 사람이 내빈이다.
문제는 내빈으로 초청을 해 놓고 내빈소개에서 빠뜨리는데 있다. 내빈이란 주최 측 가족 회원이 아니다.
구두나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종이로 된 초청장 등 초청형식이야 어떻던, 정식으로 초청을 받고 행사에 참석을 했으면 개똥이가 됐건 소똥이가 됐건 모두가 내빈이다.
그런데 내빈소개를 하면서 이유야 어떻던 개똥이를 빠뜨린다는 것은 잘 못 됐다.
내빈으로 소개마저 하지 않으려면 왜? 무엇 때문에 00행사가 있으니 참석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초청을 했는가?
그 진정성이 궁금하다.
혹시 주최 측이 내빈과 귀빈을 구분 못하고 귀빈 소개를 한다면서 내빈을 소개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빈과 귀빈이라는 용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내빈 소개를 한 것인지? 이유야 어찌됐던 그것은 대단히 잘 못됐다.
만에 하나 내빈과 귀빈에 대한 개념을 몰라 귀빈소개를 하면서 내빈소개를 하겠다고 했다면 그 또한 무식한 행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해간 부끄러운 일이다. 내빈소개를 하면서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거명 “00일로 참석하시지 못했습니다”라며 소개를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초청을 받고 행사에 참석한 내빈을 소개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귀빈을 소개하는 것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니니 부끄러울 수밖에.
어느 지인이 한 말이다.
언젠가 XX행사에 초청을 받고 인접지역 친구들에게 이런, 이런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함께 참석 그 사람이 하는 말 한번 들어 보자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빈 소개가 끝나자 한 친구가 하는 말이 우리는 초청을 받지 않고 왔으니 그렇다하더라도 당신은 초청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함께 가자고 했잖니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내빈이라 소개하면서 당신은 내빈취급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당신 별것 아니구먼?
당신 이 지역에서 귀빈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내빈취급도 못 받고 별것 아니네, 그래서 친구들에게 창피를 산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 때 멋쩍어서 우물쭈물하다 그 친구들에게 “나도 오늘 이런 경우 처음 일이다”며 그 동안 여러 행사장을 다녀 보았지만 오늘 같은 일 다른 행사장에서는 보지 못했다.
주최 측에서 무엇인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변명을 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가 변명은 그렇게 했으나 이 지역에서는 늘 그랬다.
그 말 하면서 “부끄러워 어찌할 줄 몰랐던 적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런 행사장 풍경을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며 비웃는 것 같아 얼굴이 따끈 거렸다.
이 지역에서의 잘 못된 내빈 소개 문화를 바르게 개선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 해 볼 일이다. 자기들 행사에 외부인을 초청 참가했다면 그 모두가 내빈이다.
그런 경우 귀빈 아닌 내빈소개를 하려면 오신 손님 모두 소개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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