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이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 전세계 각국이 인공지능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인재영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뒤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과 대학이 선순환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산학연 구축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산업계·학계·연구원 인공지능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 AI 인재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미국(10점)을 기준으로 중국 8.1점, 일본 6.0점, 한국 5.2점 등으로 나타났다.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 경쟁력에 있어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중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쳐져 있다는 얘기다.  

인재 경쟁력에서 뒤쳐질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강국이란 목표는 고사하고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우리나라 인공지능 인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쓸 만한 인재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모두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에서 활약해야 할 인공지능 핵심 인재들이 한국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AI가 발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미래에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어려워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쌓기 어렵고 이로 인해 산업 활성화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면서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IT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술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대부분 국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 유럽, 중국행을 택한다"며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AI 산업이 활성화돼 사람도 많이 뽑고, 연구·실무 경험의 기회도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 AI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고 상용화 기술도 많지 않아 그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전세계 AI 석학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한경연이 국내 AI 인력 부족률(인공지능 수요 대비 부족한 인력 비율)을 조사한 결과 60.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 하는 데 쓸 인재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와 영국 AI 스타트업 '위스크'를 인수했고, 네이버는 미국 제록스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인수한 바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연구소 설립을 통해 현지 기술 전문가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고 네이버는 홍콩과학기술대학과 AI 연구소를 개소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주요 대학들이 AI 대학원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8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뒤늦게 세운 각 AI 대학원들은 교수진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미국의 10분의 1 수준 밖에 안 될 정도로 처우가 박한데다 국내 AI 교육 인프라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재육성과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로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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