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혐오는 주변에 이민자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이 만드는 것이다”
파키스탄 출신 영국 소설가 카밀라 샴지는 1973년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누군가의 아내 또는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샴지는 작가인 어머니와 고모할머니의 영향으로 남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 미국에서 교육받았고 영국으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해 살고 있다. 
샴지의 신작 ‘홈파이어’는 이민자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영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두 가족이 다양하게 얽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스마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혼자서 동생인 쌍둥이 남매 아니카와 파베이즈를 키웠다.
동생들이 다 자라고 난 뒤에는 못 다 이룬 꿈을 위해 미국을 향한다. 아니카는 그곳에서 만난 에이먼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무슬림인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떠나보내고 만다.
대학생인 아니카는 이스마의 부탁으로 집에 온 에이먼을 만났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파베이즈는 이슬람 무장 투쟁에 참여했던 아버지를 추적하며 떠난 상태다.
에이먼의 아버지 카라마트는 이스마와 아니카·파베이즈의 아버지처럼 무슬림 출신이지만 영국의 내무장관까지 오른 인물이다. 
저자는 다섯 명의 시선 곳곳에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나 이런 차별을 받음에 따라 형성된 이민자들의 특성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스마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터번을 둘렀다는 이유만으로 죄 지은 듯 검문을 받아야한다거나 좋은 옷을 입은 것에 대한 트집까지 잡혀야하는 상황은 이야기 초반부터 긴장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부분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침 기도를 빼먹지 않는 이들의 특성은 아니카가 에이먼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확실히 묘사된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선(잘 몰라서라지만 무례할 수 있는)과 태도는 각 에피소드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 사람이 자신과 다른 혈통의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담았다.
특히 IS와 테러에 대한 공포로 모든 무슬림에게 ‘잠재적 테러리스트’ 이미지가 덧씌워진 현실, 이 때문에 스스로를 검열하며 무슬림 출신임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원치 않아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상황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홈 파이어’ 속 인물들 모두 이민자로써의 특성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온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무슬림 정체성을 유지하는 이스마와 아니카, 무슬림의 정체성을 극단적 형태로 실현하려했던 이들의 아버지와 그 길을 쫓으려는 파베이즈, 무슬림 출신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카라마트 등이다.
이민자로 살아온 작가이기에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었다. 마치 작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 그 세밀함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공감 못 했지만 이민자들에게 무례했던 건 아닌지,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했던 건 아닌지에 대해. 356쪽, 북레시피,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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