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현재 5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퇴하는 그날까지 죽도록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며 생을 정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모아온 자산들을 모두 자식들에게 남김없이 물려주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던 세대였다.
이러한 모습은 ‘노후준비’라는 말이 없던 시절, 즉 자식 농사가 노후준비로 연결되던 시절에나 통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를 맞이헤 실질적인 은퇴연령은 71세이고, 가장 많이 사망하는 나이가 88세이다.
이렇게 장수를 하는 시대를 맞이헤 오늘날 40대들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자녀교육비’다. 2018년 초·중·고등학교의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 5천억 원으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 6천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의 실제 참여율은 전체 학생의 67.8%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또한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초등학생이 30만 2천 원, 중학생이 43만 1천 원, 고등학생이 49만 9천 원으로 학년이 위로 올라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학생들의 70%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1인당 월평균 38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의 경우 가구 소득의 10.3%를 사교육비로 부담하는데, 자녀가 2명만 넘어도 소득의 20.6% 이상이 사교육비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산층의 경우 자녀가 어린 30대에는 상대적으로 사교육에 대한 비용부담이 덜하다가 40대가 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녀 1인당 사교육 개수도 30대에는 1.05개에서 40대에는 1.51개로 늘어났다.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의하면 2016년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22년간 1인당 총양육비는 4억 3천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경우에는 대학까지 약 4천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없으니 최소한으로 가정해 보더라도 9천만 원, 약 1억 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학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 수준의 학교교육과 사교육을 동시에 지원한다면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3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자녀교육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후생활이 시기적으로 자녀교육 뒤에 있을 뿐 자녀교육보다 덜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부모의 불안한 노후생활은 결국 자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무 설계 관점에서 보면 자녀교육과 노후준비는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녀교육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정하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계획적인 지출이 될 수 있도록 자녀교육에 관헤 명확한 원칙을 정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 적정한 자녀교육비에 대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교육비와 노후준비 비율을 1대 1로 정한다. 2018년 기준으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8만 7천 원이므로 노후준비를 자녀교육과 동등한 가치를 둔다면 월 30만 원 정도의 자금을 노후준비를 위해 저축한다. 월 30만 원을 연 4%의 수익률을 가정으로 30년간 적립하면 2억 원 정도의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노후자산 2억 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더불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둘째, 자녀 1인당 총교육비는 소득의 10%를 넘지 않게 한다. 2018년 회사원들의 연봉이 평균 3,754만 원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소득이 366만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사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학교교육을 넘어서는 각종 사립학교 비용까지 포함한 1인당 총 자녀교육비는 가구 소득의 10%선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최소 5년 전부터 미리 준비한다. 자녀교육비에 목돈이 필요하다면 때가 돼 지출하는 방법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특목고나 자사고 등록금을, 중학교에 입학하면 대학교 등록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이던 시절은 끝났다.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시대도 아니다. 따라서 부모로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경제적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자녀교육은 가계의 재정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이제 적정한 자녀교육비 지출은 부모 자신의 행복한 노후를 결정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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