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산업 중 항공과 정유화학, 유통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품수급 문제로 줄줄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조업차질 사태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장기화에 따른 산업별 진단' 보고서를 내놓고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항공, 정유·화학, 유통, 미디어산업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매출비중이 중국 노선을 줄이고, 이를 기타 단거리 노선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단거리 노선 공급과잉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노선 매출 비중은 아시아나 17%, 대한항공 12%, 제주항공 12%, 진에어 7% 수준이다.

정유·화학업종의 경우 직접적 영향보다는 마진 축소로 인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1분기 중국의 원유 수요가 전년동기대비 일일 25만 배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일일 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용, 비행기용, 산업용 연료 수요 감소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1달간 지속될 경우 원유 재고가 4억80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국제유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마진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인 비중이 높은 면세점을 비롯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 매장들 역시 매출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 등 미디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커머스와 홈쇼핑에는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

철강금속과 자동차, 휴대폰 산업은 악영향이 단기에 그치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금속의 경우 통상 중국 건설공사가 재개되는 3월부터 실수요가 많아지지만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계절적 수요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고로 가동에도 영향을 줘 공급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기적 수요 충격으로 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철강과 철광석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완화되는 시점에서 고로 가동률과 함께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품 수급 문제로 국내공장이 줄줄이 멈춰서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입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차량용 부품 수입액은 38억6000만 달러였으며, 이 중 31.1%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와이어링 하네스'는 지난해 연간 19억7000만 달러 어치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하지만 중국산 부품은 원가 절감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와이어링 하네스 역시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공급선 다변화가 어려운 부품은 아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용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사는 18곳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의 악성 재고를 소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경쟁사인 일본 혼다, 미국 제네럴모터스 등의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휴대폰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지방정부 방침에 맞춰 중국 공장의 생산 재개 일정을 늦추고 있지만 10일부터 중국 현지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며 단기 수급 이슈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우한시에 위치한 티엔마(Tianma)와 CSOT의 LCD가 삼성전자에 일부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제품별로 생산 유연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생산과 판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고, 상당 물량의 아이폰을 제조하는 폭스콘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근처 허난성과 광둥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위험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건설의 경우도 견본주택 개관 연기 등으로 인한 분양 차질 등 우려가 일부 존재하고, 반도체의 경우도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에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이 가동 중이지만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우한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스마트폰, PC, 서버 등의 수요 둔화 가능성, IT세트 기기의 조립 생산 및 물류 문제 등이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소비 심리 악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수요 둔화보다 공급 축소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해 패널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이 전세계 디스플레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특히 우한에는 BOE의 10.5세대 팹인 B17이 램프업 중이고, CSOT와 티안마의 중소형 라인이 위치해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수요 둔화 효과보다는 생산 차질로 인한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수요 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패널 가격은 기존 예상보다 좀 더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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