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시화호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이르러 우측으로 접어드는 길을 따라 가면 해변이 눈에 닫는다. 그곳이 구봉도다.


산봉우리가 아홉 개가 있는 섬이라서 구봉도라 했다. 구봉도에는 천연물약수터, 구봉선돌, 낙조전망대 그리고 종현어촌체험마을이 있다.


주차장에서 구봉도 서쪽 끝자락에 있는 낙조대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산등선을 따라 가는 길과 종현어촌체험마을을 지나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이 있다.
산에는 곰솔과 해송이 숲을 이루고 그 사잇길을 걷다보면 봄여름 가을 할 것 없이 꽃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른 봄 3월 초만 되도 꽃이 활짝 핀다는 노루귀가 있다. 노루귀에는 흰색노루귀, 분홍색노루귀, 청색노루귀, 꽃 색이 다른 세 종류가 있는데 구봉도에는 안타깝게도 청색노루귀가 없다.
그래서 흰색노루귀, 분홍노루귀 두 종류 꽃이 활짝 피어 그곳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봄이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자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가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찾아 온 사람들이 많아 귀찮다고 들 한다. 그 사람들에게 포즈도 취해 줘야 하는 등 이래저래 바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성질이 괴팍한 사람들은 사진기를 들여대며 고개를 좌로 하라 꽃잎을 비틀며 머리를 숙여라 하고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돈을 주고받는 모델도 아닌데 정말 나쁜 사람들도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여인은 야~ 예쁘다 그리고는 노루귀 목을 비틀어 꺾어 자기 코에 갔다 되는데 질겁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것조차도 조심을 하고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해가 서해 하늘 지평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그 순간까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구봉도에는 노루귀 이외에도 참나무 꽃이 많다.


뿐만 아니라 물레나무 꽃, 노루오줌, 두루미천남성, 나도 잠자리 난초, 닭의 난초, 으아리 등 다양한 해양식물 꽃들이 많다.
종현어촌체험마을을 지나 개미허리아치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해안가에 물이 들면 바다에 잠겼다 물이 빠지면 바닥을 들어내는 선돌 할아배바위와 할매바위가 있다.
할아배와 할매 노부부가 바닷가에 살았다. 할아배가 배를 타고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자 할매가 바닷가로 나아가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바위가 됐다 한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풍랑을 만나 떠돌다 남편이 돌아 와 보니 부인이 없어 알아보니 남편을 기다린다고 바닷가로 나아가 죽어 바위가 됐다는 말을 듣고 남편도 부인이 죽어 바위가 됐다는 곳으로 가 죽어 바위가 돼 그래서 할아배바위와 할매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 선돌 할아배바위와 할매바위를 지나 개미허리아치교를 건너 나지막한 능선을 올라 다시 내려가면 낙조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서해 바다 멀리에 영흥대교와 영흥화력발전소 굴뚝이 보인다. 발전소굴뚝에서 솟아나는 연기 사이로 바다수면을 향해 고개를 하듯 떨어지는 해가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그 순간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여 든다.
서해 먼 바닷물에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 벌겋게 번진가 했더니 어느 순간 어둠이 바다를 삼키고 적막만이 흐른다. 구봉도의 낙조는 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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