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발생한 31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와 같은 신천지 교회를 다녔던 10명에 병원 내 접촉자 1명까지 확인된 것만 11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슈퍼 전파 사건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검역 과정을 통해 감염원을 차단, 봉쇄하는 수준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증 의심환자를 보건소가 전담하는 등 정부가 위기상황에 맞춰 의료기관별 역할을 서둘러 재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에선 추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5명 발생했다. 이로써 전날까지 31명이었던 국내 확진자는 총 46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새로 확인된 환자 15명 중 13명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째 환자(61세 여성, 한국)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은 환자가 9일과 16일 두차례 방문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녔던 사람이며 1명은 이 환자가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7일부터 입원했던 새로난 한방병원 확진자다. 

대구·경북 지역 2명의 환자에 대해선 현재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가 대구 지역에 특별대책반을 파견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한명의 환자가 11명에게 전파한 것이 확인되면서 '슈퍼 전파자' 우려가 국내에서 현실화됐다. 

슈퍼 전파자란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환자에 비해 특별히 많은 2차 접촉 감염을 일으키는 환자를 일컫는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환자 5명으로부터 전체 환자(186명)의 82.3%인 153명이 감염되면서 일반에 알려졌는데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다수전파 기준을 1명으로부터 4명 이상이 감염됐을 때로 봤다.

그간 국내에서도 2차, 3차감염은 발생했지만 방역당국은 다수전파 환자로는 분류하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3차 감염(3→6→10·11번째 환자)이 나타난 지난달 31일 "슈퍼 전파자라는 게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3번 환자로 인해서 생기는 2차 감염자는 1명인 상태라서 이 환자를 슈퍼 전파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당시 삼성의료원 응급실 내 전파 사례를 예로 들며 "밀폐된 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적인 시술을 하거나 그러면서 많은 노출이 생겨 (다수전파 상황이) 생기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아주 심한 증상으로 전염력이 높을 때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1번째 환자로부터 19일 오전 9시 현재 확인된 숫자만 11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경우를 다수전파 사건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슈퍼 전파 사건이라고 일컬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슈퍼 전파 사건, 병원 내 유행 등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제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를 봉쇄하는 기존 방역 체계는 뚫린 것"이라며 "사망 위험을 낮추고 병원 내 감염을 줄이고 의료진 감염을 피할 수 있도록 보건소부터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등 의료전달체계상 각자의 역할을 정부 보건당국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지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 등은 정부에 위기상황기간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선별진료를 맡은 급성기병원 응급실에서는 일반 응급환자의 노출과 의료기관내 유행의 위험이 상재한다"며 "경증 의심환자가 확진검사를 위해서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확진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증 의심환자의 선별진료는 보건소로 일원화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의료기관 응급실은 외래나 입원 등 일반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코로나19를 감별하는 역할을 담당해 의료기관내 전파를 차단, 일반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부 차원에서 박능후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충남대병원과 대전시 요양병원을 찾고 김강립 부본부장(복지부 차관)이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료단체장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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