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매개체로 알려진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면서 자칫 접경지역이 양돈 불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를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은 지난해 9월 16일 파주 연다산동 양돈농장에서 첫 ASF 감염 농장이 나온 뒤 경기와 인천에서 14차례 확진 농가가 발생하자 해당 지역의 돼지를 전량 수매 또는 살처분했다.

이후 매개체로 지목된 야생멧돼지에게서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면서 확산을 막기 위한 1·2차 차단 울타리와 광역 울타리까지 설치됐지만, 최근 마지막 울타리인 광역 울타리 밖에서도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파주지역에서 발견된 ASF 감염 야생멧돼지는 57마리, 연천지역은 64마리로, 지난 16일에는 파주시 진동면과 연천군 장남면에서 포획된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측 최남단 철책부터 광역 울타리 내에 존재하는 야생멧돼지를 모두 소탕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부 지역의 총기 포획 제한과 다수의 새끼를 낳는 멧돼지의 특성, 기존 민통선 지역 내 서식 중인 멧돼지 개체수 등을 감안하면 전량 소탕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자칫 ASF 감염 야생멧돼지에 의한 ASF 종식 지연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로,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돼지 사육 자체를 포기하는 농민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재입식 시기 등에 대한 정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양돈농민들은 잇단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생에 속을 태우면서 정부 차원의 재입식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 15일에는 파주·연천지역을 비롯한 피해지역 농민들이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이 방문한 강원 화천군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장관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천지역의 한 양돈농민은 “우리가 당장 재입식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재입식 방안이라도 줘야 준비라도 할 것 아니냐”며 “일단 한돈협회 차원에서 장관 면담을 요구해 면담 일정을 잡아주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재입식 가이드라인 제시 요구와 별개로 지자체 방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ASF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생멧돼지로 인한 재입식 지연은 차치하고 중국과 북한 등 ASF 청정국가 유지가 힘든 주변국을 둔 현실을 받아들이고 ASF 재발에 대비한 양돈농가 중심의 방역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천 = 신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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