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오히려 전국 단위로 확산하면서 유통·외식·여행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지고 있다. 확진 환자가 다녀갔던 점포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씩 휴점하면서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고,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하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1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올해 내내 이번 사태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일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임시 휴점을 한 대형마트·백화점은 7개 점포다. 이마트 성수·킨텍스·칠성·대구비산점, 홈플러스 광주계림점, 롯데백화점 전주점, 현대백화점 대구점 등이다. 이들 점포의 하루 평균 매출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다. 문제는 확진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추가 휴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방역 작업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게 확인되면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라도 짧아도 하루는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매출 피해가 불가피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확진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번 이렇게 긴급 휴점을 해야 한다면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일례로 지난 7~9일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동 롯데면세점이 문을 닫으면서 포기한 매출은 약 800억원이었다.

휴점으로 인한 피해도 문제이지만, 소비 심리 위축이 더 심각하다는 게 유통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달 초 코로나 공포가 절정일 때 마트·백화점·면세점 등은 고객이 급격히 줄면서 적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가량 하락했다.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감소폭이 최근 회복세에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마트의 경우 온라인몰 수요 증가로 매출 감소폭을 만회해왔으나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다른 유통 채널처럼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상공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원 및 일반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주 대비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는 비율이 47.4%, 30~50% 감소했다는 응답 비중도 28.7%였다. 전체 80%에 가까운 상인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13~20일 9424건의 소상공인 자금 신청이 접수됐다. 이들의 자금 신청 금액은 4896억원이다. 이 기간 소상공인들의 자금지원 접수는 매일 1400~1800건에 달했다.

여행업계는 줄도산이 얘기까지 나온다. 여행객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부터 2개월 간 단축 근무인 주3일 근무제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모두투어는 70%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자유투어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노랑풍선과 레드캡투어 등도 비슷한 처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주3일 근무제를 하고 있다면 다른 업체들이 어떤 상황인지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는 최근 관광업계를 위해 여행업계에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사태 장기화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수준으로 지속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5만명 감소하고 관광수입도 4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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