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김천의료원에서 이송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음압병상을 개방하면서 입원할 병상이 부족한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환자 중 병상이 없어 자가격리됐다가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서 병상 외 국가시설 활용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 27일 김천의료원에서 이송된 70대 여성 코로나19 환자를 고도격리음압병실에 입원시켜 치료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에는 격리 치료가 가능한 고도격리음압병실이 총 6개가 있다.

대구시가 지난 2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1017명 중 570명이 병상 배정을 받지 못했다. 대구의 코로나19 환자는 이 발표 이후 1132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국내 전체 환자 1766명 중 64.0%에 달한다.  

국내 13번째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가격리 상태로 집에 머무르다 27일 사망했다. 이 환자는 74세 고령으로, 기저질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이번주 들어 환자 수가 24일 485명, 25일 543명, 26일 710명, 27일 1132명으로 날로 폭증하고 있다. 31만명이 넘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에 대한 검사와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한 감기환자 2만8000여명의 검사도 진행하고 있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3월1일까지 대구 지역에 병상 1600여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등 병목현상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신천지 신도 등 앞으로 남아있는 추가 검사를 고려하면 1600여개 병상도 부족할 수 있다. 경증환자 자가격리의 경우 방, 화장실, 욕실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감염 전파 차단이 어렵다. 가족들에게 감염이 전파될 경우 이 가족들로부터 다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고려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자가격리 중인 경증환자에 대한 시설입소다. 정부는 이미 전세기를 통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1~3차에 걸쳐 교민 718명을 이송해왔다. 이들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경기 이천 국방어학원 등에 각각 1인 1실 격리됐었다. 대구와 인근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공공시설이 있다면 그 곳을 경증환자 자가격리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이 있다.

민간병상 활용방안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총 1077개 음압병상이 있는데 이 중 국가지정음압병상은 198개, 민간 음압병상은 879개다. 민간 음압병상은 대구 외 지역인 서울에 342개, 경기 107개 등이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임시 병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체육관이나 가건물을 지어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한 사례가 있다. 1000여개 병상의 화신산병원은 약 10일만에 지어졌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군대 침상이라도 좋다. 환자 간격을 띄우고 칸막이를 설치하면 경증환자는 간호사 1명이 4~5명 환자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엔 세계적인 건설회사도 많은데 예비비, 추경으로 이런데 써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내버려두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된다. 국면을 넓게 보고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