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신천지교회의 신도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북부 각 기관들이 조직 내 신천지 신도 파악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종교의 자유와 공공 안전, 신원 노출 우려, 자발적 격리 불가, 조직 내 미신고 감염자로 인한 대규모 감염 가능성 등 복잡한 상황이 얽히고설켜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경기북부 각 기관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본부는 지난 25일부터 3차례에 걸쳐 신천지교회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신도와 교육생 등 31만여 명의 명단을 각 지자체에 배포해 건강 상태를 확인 중이다.

전날 자정까지 조사가 이뤄진 11만명 중 유증상자로 파악된 인원은 1638명으로, 모두 자가격리 조치됐다.

경기도 역시 신천지교회 과천본부에서 강제 역학조사를 통해 입수한 신도 명단을 통해 입수한 신도 3만3582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 유증상자 740명을 확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천지교회 신도임을 숨기고 근무하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주변 의료진까지 격리된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학팀장의 사례처럼 파악되지 않은 공공기관 내 신천지 신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신도임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천지교회의 특성과 최근 사회 여론으로 인한 부담감, 전수조사 시기에 자가격리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경우 공무원 조직 내에서 노출될 수 있는 점이 맞물려 증상이 나타나도 오히려 이를 알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5일 신천지교회 측이 “코로나19 사태로 신상정보가 유출된 신도들이 차별과 강제 퇴직, 모욕, 혐오 피해를 입고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종교의 자유 문제를 떠나 공공 안전을 위해 조직 내 신천지 신도 파악을 검토했던 일부 지자체들도 이를 신중하게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모를 대량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파악이 필요하지만, 조직 내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피해와 종교의 자유 침해 등 당사자가 받게 될 피해나 위법 소지도 만만치 않아 대부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조직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조직 내 신천지 신도 파악 필요성에 대한 글에는 이미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확보한 명단은 경기도만 명단을 취급하기로 해 전화 전수조사 후 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명단이 통보되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본부가 확보한 신천지 신도 명단은 거주지역 기초지자체까지 내려왔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별도로 신분을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명단에 군인이나 공무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종교의 자유와 신도임이 알려져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감안해 공무원 등은 격리 조치 없이 우선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식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