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부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한주 연기하자, 부모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느라 ‘분투’ 중이다. 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은 기존 이달 9일에서 2주가 추가 연기됐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추가 휴원은 현재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부모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자녀들을 집밖으로 내보지 않고, 집에서 놀게 하기 위해 장난감을 사거나 놀이 방법을 찾고 있다.

직장인 정모(39·여)씨는 8살, 5살 아들들을 위해 보드게임과 자석블록 등을 구매하느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보드게임 6개를 10만원을 주고 샀고 중고나라에서 자석블록도 10만원 주고 샀다”며 “그나마 형제니까 둘이 같이 놀아서 다행인데 청결에 강박도 생겨서 청소기까지 새로 샀다. 거의 코로나 지름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출하자고 조르면 마지못해 어린이용 체험장갑을 끼우고 마스크를 씌운 채 아주 잠시 나갔다온다”며 “집에 아기를 봐주는 이모님이 계신데 아이들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돌보기 힘들어 그만둔다고 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이모(32)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이다. 이씨는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3살 아들을 돌보고 있다.

이씨는 “정말 힘들다”며 “다른 집도 그렇겠지만 집안에서 놀아주는게 한계가 있다. 아이가 에너지가 넘쳐서 낮잠도 안잔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공원도 가기 꺼려지니 옥상에 가서 킥보드나 자전거를 태워준다”며 “쿠팡에서 물감놀이, 쿠키 만들기 등을 샀다. 이렇게 놀아줘도 아이가 계속 놀아달라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34·여)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5살 아들을 돌보던 남편이 결국 힘들어해 친정에 맡겼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아이는 집에서 맨날 똑같이 장남감을 갖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면 논다”며 “외출은 마스크를 끼고 단지 내 놀이터에 잠시 나가는게 다다. 외출은 그 이상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집 추가 휴원 가능성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모여있다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지금 아이 하나에 온 가족이 나서는 상황”이라며 “나도 남편도 친정부모님도 다들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4살 아들을 둔 직장인 구모씨(35)씨는 어린이집 추가 휴원 가능성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구씨는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너무 힘들다”며 “긴급돌봄이라고 해서 어린이집에서 봐주긴 한다고 해서 보냈는데 또래가 없어서 아이가 재미없다고 안 간다고 해서 고민이다. 집에서 한명이 24시간 붙어있어보니 지쳐서 제대로 놀아주질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텔레비전 보여주고 장난감 갖고 놀게 하고 나가자고 조르면 아주 잠시 마스크 쓰고 공원이나 놀이터로 데리고 간다”고 덧붙였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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