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이 45일째 접어들면서 국민 10명 중 6명은 출근이나 등교는 물론 종교활동이나 사적인 모임 등이 멈추는 일상정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초창기에 비해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분노는 더욱 커졌으며 특히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무력감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유명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은 4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 학회장은 "이번 조사는 원활한 사회적 위기소통을 촉진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실시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1차 조사에 이은 2차 조사다. 1차 조사와 비교해 2차 조사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59.8%가 일상변화…분노 6.8%→21.6% 상승 

조사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 조사 10.2%에서 2차 조사 4.2%로 감소했다.  

일상이 정지한 정도를 0~100으로 설정해 절반 이상 일상이 멈춘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59.8%였다. 1차 조사때 48.0%보다 11.8%포인트 올랐다.

응답자의 99.3%는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했으며 97.7%는 마스크 착용, 93.0%는 외출 자제, 88.9%는 모임이나 종교행사 등 불참, 78.3%는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 75.4%는 대중교통 이용 자제 등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는 불안 48.8%, 분노 21.6%, 충격 12.6%, 공포 11.6%, 슬픔 3.7%, 혐오 1.7% 순이었다. 특히 분노는 1차 조사때 6.8%에서 이번 조사때 21.6%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불안이 증가했는지 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려 85.1%가 "더 커졌다"고 생각했다. 

유 학회장은 "전염병 출몰 초기와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국민감정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며 "사망자가 늘고, 중요한 예방수단으로 권고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른 시민의 소식을 접하며 느끼는 불안은 불만 및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에 초기 불안에 대응하는 소통과 차별화된 더욱 세심하고 특히 책무성이 강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65% 무력감 호소, 스트레스 심각 

3일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 4285명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불안과 분노, 무력감 등 스트레스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일'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대구·경북 지역의 6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평균은 58.1%였다.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일'과 '생각할 때마다 아주 많이 화가 나는 일'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76.3%였다. 전국 평균은 각각 67.4%, 65.7%였다.

'직업이나 가정에서 이전처럼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일'을 경험한 비율도 전국 평균이 51.5%일때 대구·경북지역은 63.9%로 격차를 보였다. '친구관계나 사회활동에서 더 위축되게 하는 일'도 대구·경북지역은 54.6%가 경험해 전국 평균 49.3%보다 높았다.

'정신건강에 지속적으로, 심하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 경험률도 대구·경북이 55.6%로 전국 평균 49.0%를 앞질렀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스트레스 경험을 4점 척도로 환산하면 1.93점이 나왔으며 이는 전국 최고치이고 광주·전라 1.62점과 비교하면 0.31점 차이가 난다.

유 학회장은 "이번 조사로 일상깨짐을 경험하고 있는 일반국민들, 특히 대구·경북 주민들의 정신·심리 건강 위협 수준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미루면 안 될 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87.9%가 코로나19로 참사 우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위험 역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에 대해 19.8%가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1차 조사때 12.7% 응답보다 높은 것이다.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1차 조사 42.7%에서 2차 조사 29.2%로 줄었다.

응답자의 83.7%는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심각하다고 인식했고 56.4%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가 코로나19에 취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84.5%의 응답자가 지역사회 취약성에 동의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나와 내 가족이 특히 영향을 받게 될 위험요인'이라는 질문에 70.1%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국 평균은 56.0%였다. 

코로나19가 '나'에 의해 통제 가능하다는 응답은 1차 조사때 89.4%였으나 2차 조사에서는 72.9%로 감소했다. 코로나19는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이라는 응답도 같은 기간 그렇다는 응답률이 51.5%에서 44.7%로 감소했다.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초래된 위험이라는 평가도 76.0%에서 83.2%로 올랐다. 반면 참사의 가능성은 이번 조사에서 87.9%로 나왔는데 1차 조사 76.0%보다 상승했다.

◇감염 때 비난 두려워…28%는 "자가격리때 도와줄 사람 없다"

코로나19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응답자들은 감염 가능성과 이로인한 비판 등 상황별로도 다양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지역 내 확진환자 발생이 67.5%로 가장 높았고 자신의 감염이 63.5%, 자신이 확진됐을 경우 주변으로부터의 비난이나 피해가 62.6% 순으로 많았다.

57.7%는 내가 무증상 감염이 될 것 같아서 두려움을 느꼈고 53.5%는 주변에 증상이 의심되도 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두려음을 호소했다.

응답자 71.5%는 자신이 격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으며 이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58.2%가 1~2명이라고 답했고 10.6%는 3~4명이라고 했다. 5명 이상은 3.3%에 불과하지만 '아무도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27.9%에 달했다.

자가격리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출금지가 20.2%, '불안, 두려움, 무서움, 공포'가 15.3%, '감금, 구속, 봉쇄' 등이 10.0%였다.  

연구진은 "자가격리에 대한 긍정과 부정 정서를 보면 중립에 가까웠지만 젊은층은 부정 답변이 41.9%로 높게 나타나 청년층의 부정적 반응을 미리 파악하고 동참을 위한 소통 노력이 별도로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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