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왕세자가 정치를 하던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복궁 계조당(繼照堂)이 복원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일제강점기에 훼철(毁撤)된 동궁의 정당(正堂)인 계조당에 대한 복원공사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계조당은 1443년(세종 25년)에 창건돼 문종의 대리청정 공간으로 쓰였다가 1452년(단종 연간)에 철거됐던 곳이다.


이후 1868년(고종 5년) 경복궁 중건 당시 다시 건립되고 1891년(고종 28년)에 개건되면서 왕세자가 조하(朝賀)를 받기 위한 동궁 내의 정당(正堂)으로 주로 이용됐다.


정당은 나라의 정치를 신하들과 의논하거나 집행하던 곳이다.
그러나 1910년께 일제에 의해 훼철됐다.
궐내 동쪽에 자리 잡은 동궁(東宮) 권역은 왕세자의 공간으로 외전과 내전을 갖춘 궁궐 속 작은 궁궐이다.


특히 계조당은 신하가 왕세자에게 조하를 하고 진찬(進饌)을 여는 등 동궁의 정당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조선 왕조의 권위와 후계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는 게 궁능유적본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 왕실의 권위를 지우고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의 행사공간으로 경복궁을 활용하면서 동궁의 주요 건물들이 파괴됐고 현재는 1999년에 복원한 자선당(資善堂)과 비현각(丕顯閣) 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번 계조당 복원사업에 2022년까지 총 82억원을 투입해 왕세자의 공간인 동궁 권역의 기본 궁제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복원 뒤 관람객들을 위한 재현전시와 전통문화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수제전통 한식 기와와 철물, 소나무 등 전통재료, 수가공 등 전통방식을 활용해 복원한다.  또 오는 5월부터 사전 신청을 받아 공사현장 내부를 무료로 공개할 방침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변형·훼손된 경복궁을 체계적으로 복원·정비해 조선 법궁의 위상을 회복하고 정체성과 진정성을 되찾아 모든 국민이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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