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계약된 건수가 한건도 없어요. 4월 계약도 불투명하죠. 이렇게 상반기를 보낼까 솔직히 두려워요.”(공연계 스태프 프리랜서 A)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부터 국공립을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공연장은 잠정 휴업 상태다.
이에 따른 피해 확산이 우려되자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예술인 긴급생활자금 융자 지원(총 30억 원 규모), 소독·방역용품, 휴대형 열화상 카메라 지원(전국 민간 소규모 공연장 430개소·2억2000만 원 규모), 코로나19 피해 공연예술단체의 경영 애로 및 법률 상담을 위한 ‘코로나19 전담창구’ 개설(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단체 피해보전 지원(총 21억 원 규모) 등이다.
이밖에 국공립, 민간 공연 기획사들은 국세청과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프리랜서 A처럼 사회보호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정부 차원에서 ‘잠시 멈춤’을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잠시 멈춤’은 생계 위기와 직결된다. 스태프, 연주자는 물론 배우들도 다수 포함된다. 코로나 19로 공연을 일찌감치 폐막한 몇몇 작품의 앙상블들은 기존 페이까지 받지 못한 상황이다.
홍보 일 등을 담당하는 프리랜서들은 더 막막하다. 몇년 간 공연계가 침체되면서 웬만한 공연 기획사들은 홍보를 외주 대행 업체에게 맡긴다. 위기가 찾아오면, 가장 먼저 홍보 일을 접게 되고 그러면 대행사가 피해를 받게 된다. 몇몇 공연의 홍보 대행을 맡았던 업체는 상당수 대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프리랜서 홍보 담당자 B는 “말 그대로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이 춘궁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각종 내한공연이 취소되면서 역시 프리랜서가 다수인 통역사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통역사 C는 “공연 일이 좋아 다른 번역 작업 등을 제쳐 두고 상반기에 내한공연 통역 일을 다수 잡아놓았는데, 모두 취소가 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프리랜서 기획자도 막막한 건 마찬가지다. 일부 사재를 털어넣어 공연을 준비한 기획자들은 패닉 상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전염병만큼 파산이 두렵다”고 했다.
한 홍보 대행사 대표는 “현재 코로나 19 시국과 관련 공연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대출 등인데 어차피 그것도 빚”이라면서 “오죽하면 돈으로 직접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는 생각도 든다. ‘4대 보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코로나19 전담창구’에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온라인·전화를 통틀어 474건의 상담 내용이 들어와 있다. 상담 내역에는 프리랜서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해민영 예술경영지원센터 팀장은 “프리랜서분들 중에서는 계획돼 있던 공연이 취소된 것이 많아 당장의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와 관련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문의가 많다”고 했다.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프리랜서들에게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안정자금 융자, 창작디딤돌 등에 대해 안내해주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4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공연예술단체 대상 대관료 지원정책’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생계비 자체를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 50만원 지급을 제안하는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 홍콩은 코로나 19 위기와 관련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55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공연전문 월간 ‘여덟 갈피’를 만드는 장경진 공연칼럼니스트는 “최근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앙상블, 스태프들의 페이가 미지급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생계 자체가 시급한 상황에서 당장 삶을 견딜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참에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처한 근본적인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기에 유독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은 실업의 위험에 노출돼 사회·경제적 보호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경우 생활 안정을 기하고 조기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을 적용하자는 것이 개정 법률안의 취지다. 그런데 국회에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음악 칼럼니스트인 노승림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현 지원정책 대부분이 개인이 아닌 단체 중심이고 그마저도 지원이 아닌 대출이라 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마련된 현실적 대안책”이라고 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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