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함께 생활하는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대부분 입소자 간 2m 이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확진 환자와 일반 입소·종사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인실보다 다인실 위주인 대다수 요양·복지시설 환경을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외출과 출입을 제한하는 폐쇄 조치에 급급한 상황이다.

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경북에서는 봉화군 소재 푸른요양원에서 입소자 26명과 종사자 10명 등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소자 56명이 생활하고 종사자 60명이 근무하는 등 116명이 모여있는 시설에서 전체 인원의 31%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신규 확진자 59명 등 지금까지 347명으로 시·군 단위 가운데 대구시(이날 0시 기준 4327명) 다음으로 확진 환자가 많아 이날 대구·경북 청도에 이어 세번째로 감염병 특별 관리지역에 지정된 경산시도 집단시설 내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방대본의 주요 집단발생 사례를 보면 경산 서린요양원 13명, 엘림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3명, 참좋은재가센터 2명이 각 시설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칠곡 중증장애인시설인 ‘밀알사랑의 집’에서도 확진 환자가 24명 확인된 상태다.

여기에 김천 소년교도소에서도 3명의 확진 환자가 확인됐다.

폐쇄병동 환자 103명 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119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바 있는 청도 대남병원에 이어 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시설 등 노인과 장애인 등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확진 환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국 확진 환자 5766명 중 90%에 가까운 5188명의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집단발생 사례 확진 환자는 3612명이다. 이 가운데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3361명을 제외한 집단 감염 환자 251명 중 77.7%인 195명이 이런 집단시설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다. 

문제는 이들 시설 생활자들이 주로 좁은 공간에 모여 생활하고 있어 감염병 전염에 취약한 데다, 소년교도소를 제외하면 고령이고 기저질환자들이 상당수여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방대본이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사망자 3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치명률은 0.6% 수준이지만 60대 1.1%, 70대 4.5%, 80세 이상 5.6% 등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42명 가운데 대부분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7~18일 이틀간 전국 요양병원 1435곳에 대해 중국 등 여행 이력이 있는 종사자 업무배제와 면회객 제한 여부 등을 전수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간병인에 대한 업무배제율은 97.4%였으며 관련 의료인, 행정직원, 청소 용역직원 등 종사자는 100% 업무에서 빠져있는 상태였다. 면회객 제한율은 99.4%였다.

같은 달 19~21일에는 외국 방문 이력을 가진 종사자가 있는 전국 노인요양시설 893개소, 24~28일에는 9인 이하 소규모 요양시설 1939곳 등을 차례대로 조사했다. 마찬가지로 외국에 다녀온 종사자는 업무에서 배제하고 종사자와 입소자 대상 의심 증상 유무를 관찰하고 있다. 

이어 24~26일에는 전국 423개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6만2096병상을 전수조사해 원인불명 폐렴 환자 54명에 대한 격리 후 진단 검사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감염병에 취약한 고위험군 밀집 시설에선 코로나19가 확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경북의 푸른요양원 같은 경우는 역학조사가 진행은 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2m 이내에 근접한 거리를 유지하는 생활밀집시설 중에도 사회복지시설은 상당히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추가 감염을 막자는 취지로 시설 자체를 격리하고 있다. 

실제 경북은 36명이 확진된 봉화 푸른요양원에 대해 116명 전원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시설을 격리했다. 확진 환자 중 2명이 입원한 해성병원도 전체를 폐쇄하고 입원 환자와 의료진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로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서 아직 감염되지 않은 입소자와 종사자까지 추가 감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시설이나 복지시설은) 면적을 넓히거나 의료진을 늘리는 등 미리 준비하고 시스템을 갖췄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다인실 특성상 거리를 확보하거나 환자를 격리할 수준도 안 되는데 확진 환자와 아닌 사람을 가둬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엄 교수는 "같은 원인으로 감염된 사람들을 같은 공간 안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격리하는 게 '코호트 격리'인데 지금의 시설 격리는 봉쇄에 가깝다"며 "얼른 환자들을 분류해 격리할 사람은 격리하고 통원할 사람은 통원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아직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은 집단시설들에 대해선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외부인 출입을 자제토록 요청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특정한 사회복지시설 내지는 기관은 종사자분들이 왕래를 하거나 면회를 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 기관에 침투한다고 전파 경로를 생각해 볼 때 아예 외출·출입을 자제하는 것을 한다고 들었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도 이미 그런 활동이 시작됐고 전문가들도 많이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돌봄인력 중에는 자원봉사자도 있고 여러 상황 때문에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저희가 아직도 경각심을 가지고 계속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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